'인력 부족·공공의료 붕괴' 뿔난 보건의료노조…19년만의 총파업 예고

강승지 기자 2023. 7. 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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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찬반투표 거쳐 10일 결과 발표…병원 이용객 불편 예상
13일 147개 의료기관·6만여 조합원 참여…정부도 예의주시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쟁의조정신청 전국 동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6.2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오는 13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2004년 주5일제를 관철하기 위해 벌인 총파업 이후 19년 만의 일이다. 조합원 투표를 거쳐 1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계획한 터라 병원 이용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6월27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동시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128개 지부의 147개 업장이 동참했다. 2021년의 사례 124개 지부, 136개 사업장보다 많다. 쟁의 조정신청에 참여한 의료기관 조합원 수만, 총 6만1311명으로 노조 전체 조합원의 82.6% 수준이다.

참여 지부도 △21개 사립대병원지부(29개 기관) △12개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 △26개 대한적십자사지부 △26개 지방의료원지부 △19개 민간중소병원지부 △7개 정신·재활·요양 의료기관지부 △미화·주차·시설·보안 등 10개 비정규직기부(16개 기관)로 다양한 편이다.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쟁의조정신청 전국 동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6.2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오는 13일 오전부터 전면 총파업…일부 종합병원 이용 차질

산하 지부에서 파업을 이어간 적은 있어도 총파업은 드물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1년 총파업 결의까지 이어졌으나 노정 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되며 철회됐다. 노조는 총파업 이유로 "국내 공공의료가 위기에 놓였고, 7대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노조는 쟁의조정 기간에 요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13일 오전 7시를 기해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10일 오전 11시 관련, 기자회견을 연다. 파업이 진행되면 병원 내 인력 6만여명의 파업으로 진료가 지연되는 등 병원 방문객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

노조는 "지금 우리나라 의료는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필수의료 공백으로 국민들은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반복되는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는 붕괴 위기에 처한 국내 의료체계 현실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의료현장의 인력난 상황도 심각해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진료과의 진료 단축·폐쇄는 물론, 의료법 업무범위를 벗어난 불법 의료행위도 속출하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1명의 간호사가 15명 이상 환자를 돌보는 등 열악한 환경으로 탈진하고 이직·퇴직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 섰던 공공의료가 무너졌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도맡았던 공공병원들은 40%대 병상 가동률에 머무르고, 정부 지원은 끊겼다. 병상 축소, 적자 방치, 민간 위탁 추진 등 한마디로 토사구팽"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고대의료원지부 간호사 등이 9일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 주차장에서 열린 고대의료원의 현장노동실태 증언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1.9.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노조 "7대 요구 제시했으나 아무도 의지 보이지 않아"…정부 "재난위기, 관심"

노조는 △간병비 해결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대 환자 1대 5 배정과 같은 인력 확충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불법 의료 근절과 의사 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충과 회복기 지원 확대 △정당한 보상과 9·2 노정합의 이행 △노동개악 저지 등 7대 요구사항을 정부 등에 제시해 왔다.

노조는 "이를 위해 앞서 5월부터 대 사용자 교섭과 대정부 협의를 시도해왔으나 누구도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 의료는 위기를 넘어 붕괴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국민 고통과 피해는 극복될 수 없고, 노동자는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 6월 28일 '의료기관 파업 상황점검반'을 구성한 채 제1차 긴급상황 점검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파업에 대비해 상황을 관리하고, 진료 대책 점검 및 유관기관 협조체계 등을 구축하는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노조의 합법적 권리행사는 보장되지만,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닌 불법파업과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필수 유지업무의 중단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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