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代의 3色 경영···현대차, 56년만에 톱티어로

서민우 기자 2023. 7. 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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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1000조 빅5 NOW] <3> 현대차그룹
자동차 수요 확대 직감한 정주영
치밀한 계산으로 56년전 회사설립
정몽구는 품질경영·연구개발 강조
글로벌 강자로 성장하는 토대로
정의선, 격의없는 소통 중시하면서
결정 사안은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서울경제]

“두 분의 숭고한 업적과 기업가정신을 이어받아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행복에 공헌하는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0년 10월 14일 그룹 회장직에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두 사람을 거론했다. 1967년 현대차를 설립한 창업주이자 할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선대 회장과 2010년 현대차그룹을 출범시킨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이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짧은 시간에 현대차·기아를 글로벌 3위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시킨 배경으로 두 사람을 꼽는다. 두 사람의 경영철학을 발전적으로 계승한 것이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룹 경영자로서 할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손자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구석이 많다.

정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은 ‘하면 된다’로 요약된다. 계열사 사장단이 자신의 지시 사항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면 “임자, 당신 해봤어”라며 채근하고는 했다. 하지만 정 선대 회장의 ‘하면 된다’를 막무가내식 도전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당신 해봤어”라는 말에는 해당 사안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가능성을 따져봤느냐’는 의미가 내포돼 있어서다.

56년 전 자동차 회사 설립을 결정한 것도 치밀한 계산의 결과다. 정 선대 회장은 경제 발전에 맞춰 중장거리 운송량이 늘어나면서 철도 수송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정부는 1960년대 2차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며 고속도로 건설에 나섰다. 그가 세운 현대건설은 국내 도로 확충의 상당 부분을 맡아 진행했고 바로 이때 자동차 수요가 늘어날 것을 직감했다. 정 선대 회장은 “한 나라의 국토를 인체에 비유한다면 도로는 혈관과 같고 자동차는 그 혈관 속을 흐르는 피와 같다”며 “길이 생기면 그 위를 달리는 차가 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명예회장.

정 명예회장은 품질 경영으로 오늘날 현대차그룹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명예회장은 늘 품질 경영과 연구개발을 강조했다. 1990년대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과 현대자동차서비스 사장을 맡으며 절실히 느낀 결과다. 정 명예회장은 1998년 12월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한 후 품질 경영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신차 출시 일정을 미루더라도 부실한 생산 라인을 중단시키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2003년 남양종합기술연구소를 설립해 기술력을 더한 품질 높은 자동차 개발에 나섰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1999년부터 미국 시장에서 실시한 ‘10년, 10만 마일 무상 보증’ 프로그램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강자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 현대차는 2004년 미국 최고 권위의 시장조사 업체 JD파워가 발표한 미국 판매 차의 초기품질지수(IQS)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해 2위를 차지하며 조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유럽 자동차 업체를 앞지르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강하면서도 유연한 것이 특징이다. 품질과 현장을 중시한다는 점은 선대 회장과 명예회장을 닮았지만 수평적인 조직 문화 소통 방식을 선호한다. 정 회장을 만나본 사람들은 그를 ‘굿 리스너’로 기억한다. 정 회장은 격의 없는 소통을 좋아하고 직원들의 작은 목소리도 경청하는 리더로 꼽힌다. 많이 듣고 오래 고민하지만 한 번 결정한 사안은 속도감 있게 밀어붙인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전환에 머뭇거릴 때 ‘전기차 퍼스트 무버’를 외치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정 회장은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빠르고 대담한 결단은 북미 전기차 신공장 건설로 이어졌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아이오닉6, 기아의 EV6·EV9 등 잇따른 전기차 출시를 지휘하며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는 원동력이 됐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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