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편의점 "답답한 시트지 사라졌다"

7월부터 편의점서 불투명 시트지 대신 금연광고 포스터 부착
안전 우려 개선될 듯…"가로 1m 포스터, 너무 커" 지적도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하니 환해져서 좋네요. 그런데 대신 붙여야 하는 금연 포스터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죠."

이달부터 GS25·CU·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밖에서도 내부가 훤히 보이게 됐다. 내부에서도 편의점 바깥이 투명하게 보인다.

정부는 2021년 청소년 등에게 담배 광고가 노출되지 않도록 편의점 외부에서 안쪽을 볼 수 없는 불투명 시트지를 편의점 유리벽에 부착하도록 해 왔는데, 2년 만에 이를 제거토록 하면서다.

시트지를 떼는 대신 외부에서 담배 광고가 최대한 보이지 않도록 '금연 광고 포스터'를 부착하게 했다. 편의점 전면 유리를 둘러싼 불투명 시트지는 제거되지만 가로 92㎝, 세로 45㎝의 포스터가 또 다시 유리를 감싸게 된 셈이다.

3일 서울시 관악구에 있는 한 편의점은 출입구 전면 유리에 붙어있던 불투명 시트지를 모두 제거한 상태였다.

10년째 이 편의점을 운영 중인 점주 A씨는 시트지가 없어 환해진 유리벽을 연신 닦으며 "시트지 붙여놓는 동안 마치 감옥에 사는 것 같이 답답했다"며 "밖에 소리가 나서 무슨 일이 났나 싶어도 제대로 볼 수가 없지 않았느냐"고 했다.

A 씨는 불투명 시트지를 붙인 뒤 아르바이트생들의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로 CCTV를 지켜보는 날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밤 12시까지 여자분이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감시하는 것 같아서 CCTV를 안 보려고 해도 걱정이 돼 CCTV를 볼 수밖에 없었는데 이젠 좀 자유로워진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불투명 시트지 대신 유리벽에 부착해야 하는 '금연 광고 포스터'는 가로 길이가 1m에 달한다. 담배 광고가 청소년 등에게 노출될 수 없도록 한다는 취지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A 씨는 "시트지 뗄 때는 좋았는데 이렇게 큰 걸 다시 붙여야 하는 줄은 몰랐다"며 "불투명 시트지만큼이나 바깥이 잘 안 보일 거 같아서 어디에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불투명 시트지 제거는 편의점마다 상황이 달랐다.

편의점들은 이달부터 금연 광고 포스터를 차례로 점포에 배부했는데 포스터를 배부받은 곳만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4곳의 또 다른 편의점들은 모두 불투명 시트지가 그대로 부착된 상태였다.

아직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하지 못한 편의점 점주 B 씨는 "본사에서 떼어 간다고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며 "기다리고 있는데 얼른 와서 떼어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GS25는 5일까지, 이마트24는 7일까지 등 대부분 편의점들이 이번주 안으로 금연 광고 포스터를 배부 받는다. 포스터를 배부 받은 후 점주 재량 혹은 본사 지원으로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하고 포스터를 대신 부착하게 된다.

이러한 작업은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달 중순 해당 사업 1차 점검에 나서고, 24일 2차 점검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측은 "불투명 시트지 제거로 편의점 내외부 시야가 확보돼 근무자의 안전, 심리적 답답함 등의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며 "유동 인구는 바깥에서 상품을 보고 안으로 들어와 구매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포스터가 다소 크게 제작됐는데, 유리벽이 한 면 밖에 없는 작은 매장 등 점포별 상황이 다른 만큼 사이즈를 유동적으로 조정해 부착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nly@newsis.com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