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원희룡 국토부장관, 민생 전사로 남아주길
윤석열 정부의 초기 내각 인사 중 가장 잘한 인사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국토교통부 장관을 꼽겠다. 원희룡 장관은 제주도지사를 지내면서 여소야대 행정 경험이 있는 유일한 장관이었다. 이런 경험은 최근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 수립 과정에서 빛이 났다. 거리로 내쫓기게 생긴 피해자들을 지켜만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야당 주장대로 혈세로 전세보증금을 100% 책임지는 초유의 대책에 동의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는 원칙과 국민 보호라는 '밀당' 기로에서 대안을 갖고 야당을 설득해 균형점을 도출했다.
작년 말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 파업 때도 빼놓을 수 없다. 노조는 집단적 운송 거부를 통해 운임 인상을 위한 안전운임제 연장을 정부에 압박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때 같았으면 전전긍긍하다 노조 떼법에 백기를 들었을 거다. 원 장관은 '선(先)복귀·후(後)대화'란 일관된 원칙을 고수했다. 민심은 노조에 호응하지 않았고 이탈 세력이 발생하면서 노조가 백기를 들었다.
원 장관이 최근 대곡~소사선 개통식에 야당 의원들을 초청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면서 출마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때마침 윤석열 대통령의 첫 개각으로 권영세 통일부 장관(서울 용산)이 여의도로 복귀하게 되면서 출마설은 더 불붙고 있다. 원 장관이 작년 5월 취임했으니 1년이 넘었다. 그가 장관직을 내려놓고 출마한다고 해도 이상할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원 장관에게 불출마를 권하고 싶다. 대신 '민생 전사'로 거듭났으면 한다.
최근 집값이 꿈틀꿈틀 살아나면서 침체된 건설 경기 부활을 반기는 쪽도 있지만 집값 폭등 트라우마로 서민들 걱정도 만만치 않다. 치밀한 집값 관리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원자재값 상승에 신음하는 건설 현장에선 여전히 '건폭'들이 암약하고 있다. 원 장관을 대신해 싸울 이름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골병라인'으로 통하는 김포 골드라인을 비롯한 수도권 교통 혼잡 해결도, 노후 신도시 주민들의 염원인 1기 신도시 재건축도 지자체장 경험이 있는 원 장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원 장관만 해결할 수 있는 첩첩산중의 민생고가 수북하다는 얘기다.
그냥 지역구 의원으로 안주할 거라면 차라리 가을 정기국회 전에 장관직을 버려야 한다. 시급한 과제들은 후임자에게 맡겨라. 그러나 의원 배지를 넘어 더 큰 꿈을 꾸고 있다면 '결자해지' 각오로 불출마했으면 한다. 나는 원 장관이 후자 쪽이길 바란다.
[이지용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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