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의 운명은?…14일 공개
지난 2일 로이터통신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 2B군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보도해 전 세계적으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은 무엇?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단맛을 200배 더 내는 인공감미료입니다. 하지만 설탕과 달리 열량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무설탕 제로 슈가, 다이어트 음료, 막걸리 등 발효주, 제로 설탕으로 표시된 제품에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아스파탐은 체내에서 대사 과정을 거쳐 아스파트산(40%)과 페닐알라닌(50%), 메탄올(10%)로 분해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스파탐 대사과정에서 메탄올 발생비율이 낮지만, 다시 간에서 대사돼 폼알데하이드 같은 1군 발암물질로 분해되기 때문에 잠재적 위해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 '아스파탐'의 운명은? ... 7월 14일 결정
세계보건기구 산하 기관인 국제암연구소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 합동 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JECFA)는 각각 독립적으로 연구한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에 대한 평가 결과를 오는 14일(한국시각) 동시에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국제암연구소는 약 1,300건의 연구를 분석해 아스파탐의 위해성 여부를 판단하며, 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는 아스파탐의 일일섭취허용량과 식이 노출평가 등을 평가해 결과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종합적인 평가 요약은 오는 14일 오전 7시 30분(한국시각)에 국제학술지 더 랜싯 온콜로지(The Lancet Oncology) 에 온라인으로 게재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미국 보건당국은 국제암연구소와 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의 평가 결과가 상충될 경우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세계보건기구에 서한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상호보완적일 거라며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암연구소의 평가 결과가 먼저 로이터통신의 보도로 전해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 김치도 2군 발암물질... 발암물질 의미 잘 따져봐야!
그렇다면 아스파탐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하겠다고 예고한 발암가능물질 2B군은 과연 어떤 수준일까.
국제암연구소는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로 특정 물질을 1군부터 3군까지 4가지 범주로 분류합니다.
구체적으로 1군 발암물질은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한 경우입니다. 담배, 술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2A군은 발암추청물질로 '인체 발암에 대한 일부 제한적인 근거'가 반드시 있고 '동물 실험'이나 '강력한 발암 기전' 둘 중 하나가 충족돼 1군 만큼은 아니지만 발암성이 있다고 추정하는 물질입니다. 65도 이상 뜨거운 물이나 붉은 육류 등이 여기 속합니다.
2B군은 발암가능물질로 '인체 발암에 대한 일부 제한적인 근거' 또는 '동물실험'이나 '강력한 발암 기전' 셋 중 하나가 충족돼 2A군만큼은 아니지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물질입니다. 예를 들어 알로에 추출물, 김치 등의 절인 채소류와 휴대폰 전자파가 이에 해당됩니다.
3군은 발암물질로 분류할 수 없어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입니다.
원리를 보면 근거가 충분할수록 1군으로, 근거가 불충분할수록 3군으로 갑니다. 쉽게 말해 1군 발암물질은 확신범이며, 2A군은 강하게 의심, 2B군은 약간 의심, 3군은 무관한 경우입니다.
■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일일허용섭취량(ADI) 발표가 관건
현재 아스파탐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발암가능물질 2B로 분류하고 일일허용섭취량은 현행처럼 유지하거나 미세하게 조정하는 경우입니다.
아스파탐의 안전성은 1981년 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에서 평가돼 일일허용섭취량을 체중 1kg당 40mg으로 설정한 바 있습니다. 유럽과 우리나라는 이 기준을 따르며 미국은 이보다 많은 50mg입니다. 예를 들어 체중 60kg의 성인이라면 하루에 2,400mg까지 섭취할 수 있으며, 아스파탐이 든 다이어트 제로 음료를 하루에 10~30캔 정도 마셔야 하는 양입니다.
이럴 경우 발암가능물질로 지정돼 주의가 필요하지만, 일상생활에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둘째, 발암가능물질 2B로 분류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일일허용섭취량의 기준이 크게 낮아지는 경우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9년 조사한 한국인의 평균 아스파탐 섭취량은 하루에 약 0.048mg/kg, 일일섭취허용량의 0.12%에 불과합니다. 또 2022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섭취량도 하루 0.019mg/kg 수준입니다.
그런데 현재 일일 허용 기준인 40mg/kg을 만약 십 분의 일 수준인 4mg/kg로 낮춘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동일 용량을 마실 경우 위해도는 10배 증가하게 됩니다. 앞서 안심하고 마셔도 되는 다이어트 음료의 일일허용섭취량이 1~3캔으로 대폭 줄어드는 셈입니다.
이 경우 발암가능물질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아스파탐이 사용되는 식품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알쏭달쏭 발암물질 선언, 과거 이런 사례 있었나?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2015년 국제암연구소에서 붉은 육류를 발암가능물질 2A군으로, 가공육을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한 바 있습니다. 당시 언론에선 이를 심각한 위해성이 있는 것으로 보도하여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발표 이후 식약처는 우리 국민의 육류 섭취량이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국제암연구소 발표는 단순 경고 수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때 언론은 또 지나치게 안전하다고 보도해 가공육과 붉은 육류에 대한 정확한 위해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 붉은 육류처럼 '위험한데 괜찮아.' 식은 곤란
아스파탐이 발암물질 2B군으로 지정될 경우 1군인 담배나 술은 물론 2A군인 65도 이상 물이나 붉은 육류보다도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발암물질을 따질 때 가장 중요한 건 물질에 대한 노출빈도와 양입니다. 얼마만큼 자주 먹어야 위험한지 정보가 제공돼야 비로소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7월 14일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붉은 육류처럼 '위험한데 괜찮아.' 식은 곤란합니다. 확실한 증거는 현재 없을지 몰라도 의학적·과학적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다는 점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 아스파탐을 대체할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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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식 기자 (docto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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