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사원, 연말쯤 이태원 참사 감사···총선 전 결과 회피 목적?

정대연 기자 2023. 7. 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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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부터 조기 실시 요청했지만
빨라야 참사 1주년인 10월 착수
그나마도 재난 대응체계만 살펴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이 의원들과 질의응답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감사원이 올해 연말에야 이태원 참사 관련 감사에 착수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감사 결과가 내년 4월 총선 전에 나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감사 착수 시기를 늦췄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감사원은 이마저도 각종 재난 관련 대응체계 전반을 살펴보겠다며 이태원 참사를 중점적으로 감사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감사원이 전 정부에 대해서는 유례없이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감사를 벌이는 반면 현 정부 책임론이 이는 사안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정치 감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30일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 회의를 열고 올해 하반기 감사계획을 의결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하반기 감사계획에는 올해 초 감사위에서 의결한 연간 감사계획에 포함됐던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 점검’이 동일하게 포함됐다. 감사원은 연간 감사계획에서 수정된 사항 등을 반영해 하반기 감사계획을 감사위에서 의결한다.

‘주요 감사분야’로 명시된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 점검’에는 지난해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관련 사항도 포함된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1월 감사위에서 이태원 참사 감사를 이 같은 명칭으로 연간 감사계획에 넣어놓고도 언론에 “(이태원 참사) 감사계획이 구체적으로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라고 해 거짓 브리핑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일부 감사위원이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왜 공식 브리핑에서 거짓말을 했느냐”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이태원 참사 감사를 단독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재난과 관련한 종합적·시스템 감사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며 “별도로 이태원 참사 감사계획을 의결한 바 없다”고 이전과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특히 감사원은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 점검’ 분야를 하반기 중에서도 4/4분기 계획으로 잡아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무리 빨라도 참사 1년이 되는 10월, 늦으면 12월에야 이태원 참사 감사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1월 연간 감사계획 수립 당시부터 감사위원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를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고 요청했음에도 감사 시기를 올해 말로 결국 미룬 것이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면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 이마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례에 비춰볼 때 이태원 참사 감사 결과는 내년 4월10일 총선 이후에나 나올 가능성이 크다. ‘청부 감사’ 논란이 제기된 국민권익위원회·KBS에 대한 감사에서는 결과가 모두 착수 약 열 달 뒤에 나왔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총선 전 이태원 참사 감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감사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루고, 여러 재난 관련 대응체계 감사의 일환으로 이태원 참사 감사 규모와 위상을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독립적 헌법기관인 감사원이 정권의 입맛에 맞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최 원장은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감사원은 이태원 참사 감사에 내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최 원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태원 참사가 “감사 대상은 된다”면서도 “지금 경찰청에서 자체 수사, 감찰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를 이유로 당장 감사에 착수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이태원 참사 수사는 이미 지난 1월 끝났다. 감사원이 지난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를 검찰 수사와 동시에 진행했고, 최근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대한 선관위의 자체 감사, 경찰 수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국회 국정조사가 추진되던 와중에 감사원이 감사를 강행한 것에 비춰봐도 최 원장 발언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감사원의 이 같은 태도는 과거 대형사고 발생 때와 비교해도 차이가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감사원은 세월호 참사 13일 만인 4월29일 5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안전행정부·해양수산부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해 같은 해 7월8일 감사 중간진행 상황을 발표하고, 10월10일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및 연안 여객선 안전관리·감독실태’ 감사 최종결과를 내놨다. 청와대 봐주기 감사라는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 해임을 사실상 요구하는 등 의미가 있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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