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임자 시기는 암흑 10년... 도시 하드웨어 개선 무조건 반대해"
하반기 버스요금 300원↑지하철 협의
"저출산 타개 위해선 이민정책도 필요"
취임 1년을 맞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임 시장 재임 기간을 "암흑의 10년"으로 규정하며, 정체되었던 서울의 인프라 투자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저출산 고령화를 타개할 이민 정책, 자연 재해에 대비한 안전 대책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 지원이 없으면 서울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오 시장은 3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첫 1년은 지난 10년간 중단됐던 주요 사업을 업그레이드하고 분야별 정책으로 구체화했던 시간이었다"며 "숫자로 나타나는 성과는 물론이고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공약 사업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저소득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런' △한국형 소득보장 실험인 '안심소득 시범사업' △주거취약계층과 청년들을 위한 고품질 임대아파트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들기) △청년 행복 프로젝트(각종 청년 지원책) 등을 첫 1년의 성과로 자평했다. 그는 "약자와의 동행 사업들이 복지정책의 모델로 자리 잡도록 하고,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높여 생활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저출산 대책 일환으로 '서울팅'(미혼 청년 만남 주선) 사업을 내놓았다가 홍역을 치른 오 시장은 '필요 경계선'에 있는 정책들을 과감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국인 유학생 등 전문 인력을 활용한 이민자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그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민 정책도 차선책으로 고려할 시기가 오고 있다"며 "양질의 전문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외국인을 흡수하는 것은 좋은 활용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요금 문제도 오 시장이 챙겨야 할 '발등의 불'이다. 하반기 서울 버스 요금 300원, 서울 지하철 요금 150원 인상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와 버스 업계의 누적적자가 각각 1조2,000억 원, 8,5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서울시 입장. 오 시장은 "기획재정부가 적자 보전에 냉정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더 이상의 적자는 버티기 힘들다"며 "지하철 요금은 수도권 지자체 및 코레일 등과 함께 인상 폭과 시기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폭우로 인해 인명 사고가 발생했던 반지하 가구 문제에선 "전체 반지하 가구의 20%에 침수방지시설 설치가 완료됐다"며 "단계별 대책을 통해 지난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반지하 주거 유형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모두 매입해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재개발·재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향후 10년 내 반지하 주택은 자연스럽게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전임 시장 시절 한강 등 각종 도심 개발이 지체된 것에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또 토목 사업을 죄악으로 취급하는 것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토목은 도로나 교량, 지하시설물, 홍수예방시설 등 도시 하드웨어를 만드는 중요한 정책인데, 이를 죄악시하고 어떻게 '사람이 먼저'라는 말을 할 수 있는가"라며 "토목 반대가 '암흑의 10년' 세월을 가져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금지하고 퀴어문화축제에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조치에 대해서는 "약자라는 이유로 남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불편을 주는 풍토는 개선돼야 한다"며 "약자는 배려와 포용의 대상이지만, 무리한 주장까지 모두 포용하는 것이 약자 보호인지는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재정 중단으로 방송 중단 위기에 빠진 TBS 문제와 관련, 오 시장은 "충분한 반성과 성찰, 재발방지책 마련 의무는 TBS 구성원들에게 있다"며 "(추가경정 예산안을 부결한) 시의회가 완벽한 혁신안을 주문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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