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스타 넘어 뚜렷한 주관의 음악가로 진화 중인 임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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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계에서 '콩쿠르 스타'라는 표현은 어쩌면 양가적 의미다.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18년 역사의 스위스 최고(最古) 오케스트라인 루체른 심포니와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은 콩쿠르 스타의 굴레를 뛰어넘어 뚜렷한 주관으로 자신만의 음악적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이전의 여러 국내 무대에서 라흐마니노프나 리스트 같은 작곡가의 음악으로 정교하고 강력한 타건을 보여줬던 임윤찬의 선택으로는 뜻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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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계에서 '콩쿠르 스타'라는 표현은 어쩌면 양가적 의미다. 수많은 경쟁자 사이에서 눈에 띄는 연주력을 보여줬다는 표현인 동시에 콩쿠르 이후 행보를 통해 더 많은 음악팬에게 실력을 입증해 보여야 하는 부담감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18년 역사의 스위스 최고(最古) 오케스트라인 루체른 심포니와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은 콩쿠르 스타의 굴레를 뛰어넘어 뚜렷한 주관으로 자신만의 음악적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임윤찬은 국내에서 이뤄진 첫 해외 오케스트라 협연 무대인 이날 공연에서 의외의 변칙적 박자와 선율로 객석의 집중도를 끌어올렸다.
미하엘 잔데를링이 지휘하는 루체른 심포니가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서곡 연주를 마친 뒤, 임윤찬은 리본 타이를 매고 튀어나오듯 무대에 등장했다. 연주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0번.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이전의 여러 국내 무대에서 라흐마니노프나 리스트 같은 작곡가의 음악으로 정교하고 강력한 타건을 보여줬던 임윤찬의 선택으로는 뜻밖이었다. 하지만 그는 정교한 구조가 돋보이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연주에서도 날렵한 손놀림과 묵직한 타건을 모두 선보이며 청중을 매혹시켰다.
압권은 1·3악장의 카덴차(cadenza·무반주 독주 구간)였다. 임윤찬은 베토벤 작곡 버전의 카덴차를 대담하게 재해석했다. 페달 사용도 박자도 모두 예상 밖의 방식이어서 오케스트라와 다시 합주하기까지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독주에 객석의 집중도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공연을 관람한 장일범 음악 칼럼니스트는 "베토벤의 카덴차를 마치 임윤찬 고유의 카덴차처럼 연주하는 등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전개여서 개성이 돋보였다"며 "임윤찬은 확실히 자기주장을 할 줄 아는 연주가"라고 평가했다.
청중의 열렬한 환호에 임윤찬은 열 번에 가까운 커튼콜과 두 곡의 앙코르로 화답하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앙코르곡으로 선택한 차이콥스키 '사계' 중 3월 '종달새의 노래'와 11월 '트로이카'에도 루바토(임의로 속도에 변화를 주는 것)와 속도로 개성을 가미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일정을 위해 국내 체류 중인 오스트리아의 거장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도 이날 공연장을 찾아 "협연자는 특히 앙코르곡이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는 후기를 남겼다.
4년 만에 내한해 지난달 27일부터 5일간 내한 일정을 소화한 루체른 심포니의 연주도 마지막날인 이날 부쩍 정돈된 모습이었다. '한여름 밤의 꿈'은 섬세했고, 2부에 들려준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는 거침이 없었다. 속도감 있게 연주한 '이탈리아' 4악장에서 집중력이 다소 흐트러졌지만 임윤찬이 남기고 간 무대의 활력을 화창한 날의 햇살처럼 밝게 비췄다. 앙코르곡인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에 관객들이 박자를 맞춰 박수를 치자, 빈 신년음악회처럼 박수를 유도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킨 지휘자 잔데를링의 노련미도 인상적이었다. 루체른 심포니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임윤찬과의 협연 사진을 올리고 '최근 세계 무대에서 가장 잘나가는(sought-after) 피아니스트'라는 설명을 달았다.
"우주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에 맞춰 레퍼토리와 무대를 확장 중인 임윤찬은 8월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과의 협연을 비롯해 시카고 심포니,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뮌헨 필하모닉과의 협연과 암스테르담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뉴욕 카데기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데뷔 리사이틀을 앞두고 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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