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28패, 이대로 괜찮을까’ 세사르 감독 리더십을 향한 의문부호
“VNL 수준에 못 미치는 게 우리 현주소다. 국제배구는 더욱 빨라지는데 거기에 따라가지 못한다.”
세사르 곤살레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은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전패로 마친 뒤 냉정하게 한국 여자배구를 평가했다. 반대로 보면 부임 2년차를 맞은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는 말이기도 했다.
곤살레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2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끝난 대회 3주차 일정 마지막 경기인 폴란드(8위)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졌다. 이날 패배로 한국는 올 VNL 일정을 12연패로 마감했다. 지난해 VNL에서 대회 출범 이래 최초로 ‘전패·무승점’ 예선 라운드 최하위 팀이 된 대표팀은 불명예 기록을 2년 연속 이어갔다. 앞선 대회까지 더하면 대회 27연패 중이다.
곤살레스 감독을 향한 의문부호가 커지고 있다. 곤살레스 감독은 도쿄올림픽 4강 진출을 이끈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후임으로 2021년말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올림픽 이후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주축 선수들이 은퇴한 대표팀을 젊은 선수로 채워 ‘원팀’으로 재편하겠다는 야심찬 구상도 밝혔다. 그러나 세사르 호가 지금껏 승리하며 환호한 건 단 한 번 뿐이다. 지난해 부임 16연패 끝에 세계선수권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겨우 이겼다. VNL에서 전패 기록은 이어진다.
곤살레스 감독은 VNL 일정을 마감하며 “결과는 패했어도, 이번 대회 마지막 3경기는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자평했지만, 실제 경기 대부분은 무기력했다. 3주차 일정 4경기에서도 단 세 세트 밖에 따내지 못할 정도로 세계와의 큰 벽을 확인했다. 전력 차를 감안하더라도 곤살레스 감독이 전술가로서 역량, 또는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할 어떤 리더십이나 카리스마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선수들의 플레이에서는 자신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1승 제물로 삼았던 약체 크로아티아에도 0-3으로 졌고, 일본, 태국 등 체격 조건이 비슷한 팀을 상대로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곤살레스 감독이 어떤 배구를 하려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곤살레스 감독은 대회 전패를 피하기 위해서 1승 타깃으로 지목된 불가리아전에서도 패한 뒤 “우린 준비를 잘했고, 잘하고 있다. 전술에도 문제는 없다. (선수들이) 적응하는 것이 부족하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국제배구는 더욱 빨라지는데 거기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 역시 지난해 VNL에서 끝냈어야 할 분석이었다.
사실 대회 전부터 우려가 적지 않았다. 대회를 앞두고 충북 진천선수촌에 모인 대표팀은 오랜 합숙 훈련을 감독없이 소화했다. 곤살레스 감독이 클럽팀 바키프방크(튀르키예)와 대표팀을 함께 지휘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새로 합류한 한유미 코치와 어드바이저로 합류한 김연경이 이끌었다. 둘은 대표팀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지만 지도자로서는 ‘초보’다. 곤살레스 감독과 훈련 내용을 공유하며 훈련한다지만 한 코치는 “아직 감독님을 만나지 못해 전술이나 전략을 다 알지는 못한다. 감독님이 원했던 부분을 선수들한테 듣는다”며 아쉬운 부분까지 숨기진 못했다. 사실 대표팀과 클럽팀을 동시에 이끄는게 배구에서 특별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젊은 선수들이 많은 우리 대표팀이 원하는 지도자상과 거리가 먼 것도 분명하다.
2023년은 한국 여자배구에는 중요하다. VNL 이후 9월부터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 파리올림픽 세계 예선,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대회를 연이어 치른다. 아시안게임 메달과 내년 파리올림픽 본선 도전에 있어 어떤 대회도 소홀히 치를 수 없다. 하지만 첫 관문인 VNL을 마치며 FIVB 세계랭킹이 23위에서 35위로 떨어진 한국은 파리올림픽 출전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곤살레스 감독은 “올림픽 출전권을 따지 못하면 감독으로서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9월 반등을 다짐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할지 힌트조차 알 수 없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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