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제국 꿈꾸는 테슬라···가격 깎아 점유율 높이고, 충전방식 전파
테슬라가 가격 인하와 충전 표준화를 앞세워 ‘전기차 제국’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영업이익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점유율을 높이고, 자신들의 충전 방식도 다른 경쟁사로 확산시키는 중이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최대한 많은 테슬라를 시장에 깔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 모델을 다양화하려는 모습이다.
이렇게 해서 일단 ‘전기차=테슬라’의 공식이 만들어지면, 다른 회사들은 테슬라의 충전 시스템 혹은 소프트웨어 일부를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 현재 전기차를 만들거나 개발 중인 현대자동차그룹 혹은 KG 모빌리티 등은 테슬라의 일부 방식을 따르거나 저항해야 하는 선택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2일(현지시간) 테슬라의 지난 2분기 전 세계 판매량은 46만6410대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2분기 대비 83%가 늘어난 수치다. 시장 전망치 44만5000대를 뛰어넘은 수치다. 지난 1분기에는 42만2875대를 판매했는데, 지난해 1분기 대비 36% 늘어난 수치다. 테슬라의 판매량이 수직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가격을 낮추고 생산량은 늘려서 판매량을 높이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초부터 가격 인하 정책을 꾸준히 펼쳐왔다. 그 결과 중저가인 모델 Y는 연초 대비 20% 이상, 모델 3는 11% 이상 가격이 낮아졌다. 가격을 낮춤과 동시에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기가팩토리를 확장하고 생산량을 끌어올렸다. 지난 2분기 생산량은 47만9700대였는데, 1년 전(25만8480대)과 비표하면 거의 2배에 육박한다.
가격 인하 정책은 수익률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기준 11.4%다.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은 자동차 회사들 중에선 여전히 상위권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19.2%였다. 거의 절반으로 영업이익률이 1년 사이 줄었다. 이는 수익이 낮아지더라도 ‘많이 팔겠다’는 목표에 집중한 때문이다. 점유율을 더 높이겠다는 의도다.
테슬라는 이렇게 높아진 점유율을 수익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현실화한 분야가 충전 시스템 분야다. 테슬라의 충전 규격인 ‘NACS’는 미국의 ‘빅3’로 불리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사용하기로 했고 볼보, 리비안, 폴스타 등 유럽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독일의 폭스바겐도 협업을 검토 중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테슬라는 원가 자체가 다른 자동차 회사들 비해서 낮아서 여전히 영업이익률이 높은 상황”이라며 “여기에 더해 전기차만 하는 게 아니라 수익 모델을 충전 시스템으로 다양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국내 전기차 생산 회사들로선 향후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충전 시스템을 로드맵으로 제시한 바는 없다. 충전 시스템은 현대차그룹의 주요 사업 분야는 아니라는 의미다. 대신에 미국 수출 물량에는 테슬라의 NACS 충전 방식을 적용하거나 ‘커넥터’를 제공해야 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충전 시스템 규격화는 현대차그룹 등 국내 업체에 큰 문제점이 안 될 것으로 본다. 이 원장은 “(충전) 표준화에 한국이 뒤처졌다고 해서 크게 손해 보는 건 없다”며 “앞으로 공급자 위주 시장이 끝난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 “NACS 방식은 (현대차그룹이 사용하는) CCS 방식보다 오히려 하위 방식이라서 전 세계적으로 지배적인 방식이 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V2L(전기차 배터리에서 외부로 전력을 뽑아서 쓰는 기술)은 NACS에선 현재 적용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구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보급이 늘고는 있으나 아직은 제한적인 수준에 불과하니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의미에서 테슬라의 물량 확대를 국내 제작사 입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충전 규격은 어느 일방이 독식하는 구도가 아니라 시장수요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재편되리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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