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차라리 밖이 더 시원" 부채로 버티는 대전 쪽방촌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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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래브인가 땜시 위층이 더 뜨겁댜. 창문들도 다 옛날 거라 작어. 차라리 밖에 있는 게 더 시원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3일 정오께 대전 동구 정동 쪽방촌 3층 건물 1층에 사는 80대 노인은 "1층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라면서도 연신 흐르는 땀을 훔쳤다.
정동 쪽방촌에는 138가구 141명이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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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틀어도 한 달 전기세 5만∼6만원…에어컨 가동은 언감생심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슬래브인가 땜시 위층이 더 뜨겁댜. 창문들도 다 옛날 거라 작어. 차라리 밖에 있는 게 더 시원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3일 정오께 대전 동구 정동 쪽방촌 3층 건물 1층에 사는 80대 노인은 "1층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라면서도 연신 흐르는 땀을 훔쳤다.
이 건물 2층에서 만난 최모(87) 할아버지는 대전역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제일 더운 12시부터(정오) 4시꺼정은 대전역 가서 에어컨 바람 쐬는 게 낙이여."
건물 복도에서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지 10여분 만에 온몸이 땀에 젖고 말았다.
건물에 창문이 없거나 작은 탓에 공기가 통하지 않아 건물 내부는 말 그대로 찜통이었다.
6.6㎡(2평) 남짓한 최 할아버지 보금자리 한쪽에는 부채가 놓여 있었다.
집 안 어디에서도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찾을 수 없었다.
"(선풍기가) 옛적엔 있었지. 근디 고장 난 뒤로 죽 없이 사는 거지. 부채질하믄 그래도 버틸만혀."
할아버지는 이날 아침을 전날 저녁 무료급식소에서 받아온 음식으로 때웠다고 한다.
더운 날씨 탓에 음식이 상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배탈이 안 났으니 괜찮단다.
쪽방촌 주민들은 덥고 답답한 공기로 막혀 있는 집을 나와 아스팔트 위 그늘로 모여들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70대 한 주민은 "방금 세수하고 나왔는데 바로 땀이 흐른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쪽방촌 대부분은 냉방시설조차 없거나, 있어도 전기세 부담 때문에 거의 이용하지 못한다.
이 동네에서 40년 살았다는 성모(71) 씨는 "겨울엔 그래도 연탄을 지원해줘서 크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여름엔 따로 전기세 지원을 받지 못하니 더 힘들다"며 "아저씨(남편)가 심장병 환자라 너무 더울 때 한 번씩 에어컨을 틀지만, 잠깐만 틀어도 한 달에 5만∼6만원씩 나오는 전기세가 너무 겁이 난다"고 말했다.
정동 쪽방촌에는 138가구 141명이 거주하고 있다. 인근 성남동까지 더하면 294명이다.
대전시는 9월까지를 폭염 대비 종합기간으로 정하고 취약계층 피해 예방을 위해 16억원 넘는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정동 쪽방촌에는 여전히 무덥고 답답한 공기만 가득했다.
동구가 후원금과 시 보조금으로 선풍기 200대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는데, 아직 30대 정도만 보급된 상황이다.
쪽방촌 주민들의 소원은 소박했다.
최 할아버지는 대전역으로 가는 길에 부채질하면서 "에어컨 바람 시원하게 나오는 데서 한 번만 자보믄 소원이 없겄어. 이것도 내 욕심이겄지?"라며 멋쩍어했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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