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의 ‘절친’이 만들어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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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이들은 '스마트폰 네이티브(native)' 세대다.
태어났을 때부터 스마트폰 사용이 물과 공기처럼 당연한 일상의 일부였다는 뜻이다.
상대 메시지를 읽고 싶을 때 읽고, 답하고 싶을 때 응답한다는 뜻이다.
이런 어려움을 '스마트폰 네이티브'들인 지금 친구들은 과연 제대로 겪으며 깊은 우정을 가꾸어가고 있을까? 이쯤이 되면 왜 "친한 친구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그토록 많은지 이해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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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관계를 연습하는 곳”
지금 아이들은 ‘스마트폰 네이티브(native)’ 세대다. 태어났을 때부터 스마트폰 사용이 물과 공기처럼 당연한 일상의 일부였다는 뜻이다. 그들로서는 문자로 대화하고 에스엔에스(SNS)로 소통하는 일이 무척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반면, 직접 사람을 만나는 일을 버거워하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채팅방에서는 활달하고 적극적이던 학생이, 교실에서는 수줍고 소심한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진짜 만남은 버거워하고 SNS와 메신저를 통한 소통을 달가워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SNS로 맺는 관계는 얇고 불안하다. 내가 보여주고픈 모습만 보여주는 까닭이다. SNS에서 드러나는 일상은 흥미로운 경험과 잘나고 멋진 모습으로 가득하다. 부족하고 부끄러운 자기 모습, 지루하고 신산스러운 생활의 많은 부분은 자연스레 감춰진다. 이렇게 서로의 잘난 모습만 바라보고 맺는 사이가 ‘정상적’일까? 공감과 깊은 우정이 뿌리내리지 못한 채 관계는 질투와 시기, 경쟁심에 휩쓸려버리곤 한다. SNS에서 폭로전과 격렬한 비방과 다툼이 흔하게 벌어지는 이유다.
문자 대화 역시 관계를 튼실하게 가꾸기에는 부족하다. 문자는 언제 대화할지를 자기가 정한다. 상대 메시지를 읽고 싶을 때 읽고, 답하고 싶을 때 응답한다는 뜻이다. 덕분에 맞대면할 때 벌어지는 복잡미묘한 감정 교환에서 자유롭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갈등을 대하고 풀어내는 능력을 기를 기회도 드물다.
일상은 판타지가 아니다. SNS 속에서처럼 밝고 멋지기만 하지 않다는 의미다. 게다가 진짜 사람 사이를 문자로 대화할 때처럼 이모티콘과 거리두기로 ‘쿨’하게 이끌기도 어렵다. 온갖 질척거리는 감정들에 휘둘리지 않도록 마음을 끊임없이 단속해야 할 테다. 이런 어려움을 ‘스마트폰 네이티브’들인 지금 친구들은 과연 제대로 겪으며 깊은 우정을 가꾸어가고 있을까? 이쯤이 되면 왜 “친한 친구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그토록 많은지 이해될 듯싶다.
가상 현실과 인공 지능이 대세인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학교는 ‘관계를 연습하는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호감은 바로 느껴질지 몰라도 우정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친구는 나의 작품’이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한 명의 ‘절친’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기쁨과 즐거움뿐 아니라 섭섭함과 미움 등의 온갖 어두운 감정의 터널을 함께 겪어야 한다. 다툼을 겪으며 서로의 진솔한 모습을 깊은 밑바닥까지 느끼고 나눌 때 비로소 서로를 제대로 헤아리게 되지 않던가.
지금의 학교는 아이들 사이의 괴롭힘과 폭력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무척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부딪힘을 이겨내며 좋은 우정을 가꾸도록 하는 데 얼마만큼 노력을 기울이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21세기 학교에서는 ‘관계의 기술’을 일러주는 일이 국영수만큼 중요한 교육과정이어야 하지 않을까?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인문철학재단 타우마제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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