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억 스톡옵션이 '1127억'…주가 5배 뛴 루닛, 임직원도 돈방석

박미리 기자 2023. 7. 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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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평가수익률 1180%…평가차익 1039억원
"석달만에 작년 매출 벌었다" 실적, 주가 견인

의료 AI(인공지능) 기업 루닛의 주가가 올들어서만 5배로 뛰었다. 이에 따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보유 중인 임직원들도 향후 스톡옵션 행사로 적잖은 차익을 올릴 기회를 얻었다. 이들의 스톡옵션 행사가는 현 주가의 최대 6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이들이 당장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스톡옵션도 미행사수량의 절반이나 된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7월 상장한 루닛이 2016년부터 임직원들에 부여한 스톡옵션 중 지난 3월 말까지 행사되지 않은 물량은 총 77만47주다. 이중 현 시점 행사가 가능한 스톡옵션 물량이 30만7121주로 40%를 차지한다. 상장 후 2~3년간 보호예수를 결정한 서범석 대표, 김기환 이사(CMO), 박현성 이사(CFO), 옥찬영(CMO) 등 본사 경영진이 보유한 스톡옵션은 제외한 물량이다.

스톡옵션 행사가는 △2000년 4월부터 자격을 얻은 물량 500원 △2021년 1월과 3월분 1100원이나 1800원 △2021년 7월분 1100원 △2021년 11월분 2800원 △2022년 6월분 1만원 △2022년 11월과 2023년 3월분 1만4000원이다. 내년 10월부터 주식 전환 자격이 주어지고, 보호예수가 설정되지 않은 스톡옵션 물량의 행사가도 2만3250원이다. 모두 현 루닛 주가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루닛 주가는 지난달 30일 4만6300원(종가)이었다. 지난주 2일 연속 17만원대까지 올라갔다 내려오긴 했지만, 올초와 비교할때 여전히 높다. 작년 말 루닛 종가는 2만9800원이다. 루닛 현 주가 대비 스톡옵션 행사가가 최소 6분의1, 최대 1000분의3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직원들이 스톡옵션 행사로 얻을 평가차익도 상당할 전망이다. 현금으로 차익을 거두길 원하면 스톡옵션 행사 후 주식을 시장에 팔면 된다.

루닛 임직원들은 3월 말 기준 총 88억원을 들여 1127억원 어치 루닛 주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평가차익만 1000억원이 넘는다. 이중 바로 주식으로 전환해 현금화까지 가능한 물량으로만 범위를 좁히면, 루닛 임직원들은 31억원을 투입해 449억원 규모 루닛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수십명의 루닛 직원들 외에 엘리엇 시걸 교수, 린다 모이 교수 등 계열사 경영진이 보유한 물량이다.

다만 임직원들이 바로 현금화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루닛 주가가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가면 이들이 거둘 수 있는 차익이 커져서다. 최근 루닛의 주가 급등은 폭발적 외형 성장세 영향이다. 올 1분기에만 1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139억원을 한 분기 만에 거의 따라잡은 것이다.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진 못했지만, 이 정도 매출 증가 속도면 머지않아 흑자 소식을 접할 가능성이 높다.

루닛의 고속 성장은 'AI로 암을 정복한단' 뚜렷한 사업모델, 독자적인 의료 AI 기술 경쟁력과 해외시장 공략 전략이 어우러진 결과란 평가다. 루닛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반 암 진단 솔루션의 진단 알고리즘은 비교적 높은 정확도를 바탕으로 국내외 업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를 토대로 2019년 후지필름, 2020년 필립스, 2021년 GE헬스케어와 독점 파트너십을 맺고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또 미국 가던트헬스와 공동 개발한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제품을 출시하며 진단 외 사업 영역에서 처음으로 매출을 올리는 등 상업화 성과에 공을 들였다. 노력은 결실로 돌아왔다. 루닛은 최근에도 한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암 정복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일본에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게 됐단 성과를 전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AI 바이오마커 등을 활용한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 연구 확대 등을 통한 추가 매출도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암 진단 분야에서 해외 판매망을 확대하고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겠다. 국가 암 건진 사업 등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영역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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