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문화재 양승희 “영암은 가야금산조의 본향… 명맥 끊길까 걱정”
김창조 기념관 옆 트롯트 기념관서 사설 가야금 교육과정 개설로 갈등 조장
정통 가야금산조 이수하지 않은 어린이...국가문화재청 전수자 취소 우려
“김죽파 선생의 고향 영암은 김창조 가야금산조의 본향입니다. 높은 수준의 예술세계로 승화시킨 가야금산조의 계보를 이어야 하는데 그 명맥이 끊기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인간문화재인 양승희 선생은 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130여년 전인 1890년 가야금산조(가야금독주)라는 국악장르를 창안한 김창조는 친손녀인 죽파(竹坡) 김난초(1911~1989)에게 전수했고, 죽파는 저에게 전해 그 명맥을 잇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일흔을 훌쩍 넘긴 그의 왼손바닥 검지와 중지는 가야금을 켜는 명주 실에 짓눌러진 굳은살이 그대로 박여있었다. 그는 “유네스코에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가야금산조 음악을 등재하기 위한 서류를 최근 개인 자격으로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1999년 ‘김창조 산조 CD’를 출판하고, 2001년부터 영암에서 산조축제-학술대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그 명맥이 중단될 위기에 있다고 한탄했다. 인터뷰 도중 양 선생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김죽파류 가야금산조의 명맥을 잇지 못할까 걱정했다.
양 선생은 “정통 가야금산조를 이수하지 않은 어린이들의 경우 국가문화재청 전수자로 등록이 취소될 수도 있다”면서 영암군의 행정처리를 안타까워했다. 한국 전통의 가야금산조를 잇고 있는 인간문화재로부터 제대로 전수받아야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오는 10월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예정된 영암 어린이 가야금연주단 공연이 전면 취소된 것은 “전통 가야금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애초 유엔본부에서 유엔군 한국전 참전 73주년 기념-한미동맹을 상징하는 행사로 기획되었다. 성악가 조수미와 함께 기획된 특별 가야금공연 및 어린이 가야금 합주가 어찌된 영문인지 느닷없이 취소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야금 산조 공연이 현대음악과 어우러져 뉴욕 한복판을 수놓으면 국위선양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예산 문제인지는 몰라도 모두 취소된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어요.” 양 선생은 “영암의 꿈나무들의 유엔 공연은 실력의 급신장과 함께 평생 잊지 못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영암군과 문체부, 대통령실 등 관계 기관이 나서 복원해 달라”고 간청했다.
양 선생의 노력으로 원형이 복원됐고, 190억원을 들여 김창조가야금기념관(2004)도 건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가야금 산조는 그 시작과 효시를 캐는 데 100년의 세월이 걸린다. 악성 김창조는 갔으나 그가 창조한 정통 가야금 곡조는 시들지 않고 그 손녀인 죽파가 ‘높이나는 새’로 키운 양승희로 인해 치렁치렁한 명률을 절창으로 울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영암=김선덕 기자 sd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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