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 침해 논란' 여행금지제도 시시비비 가린다

윤수현 기자 2023. 7. 3. 16:1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크라이나 갔다가 형사처분 받은 장진영 사진가
장진영 "언론계, 자기 문제로 인식했으면…정규직, 프리랜서와 함께 가야"
김보라미 변호사 "여행금지제도는 헌법상 금지된 언론 허가제"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외교부 장관은 전쟁·내란 등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것을 중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의 여권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문·체류를 금지할 수 있다.”(여권법 제17조 1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외교부의 여행금지제도가 기본권 중 하나인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지역을 취재하고 온 언론인에게 벌금 약식명령이 내려졌으며, 외교부는 '외교부 출입 언론사'에만 취재 허가를 내어주고 있기 때문. 외교부를 출입하지 않는 소규모 언론사, 프리랜서 언론인이 '합법적'으로 우크라이나에 갈 수 있는 길은 막혀있다.

장진영 사진가는 전쟁 참상을 알리고 싶다는 일념에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에 다녀왔다. 귀국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경찰의 여권법 위반 혐의 입건이었다. 그가 촬영한 사진이 워커스, 시사인 등을 통해 보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벌금 약식명령 처분을 받은 그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또 여권법이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미디어오늘은 장진영 사진가(이하 장)와 법률대리인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이하 김)를 만나 이번 소송의 취지를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법률사무소 디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일문일답.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중인 장진영 사진가와 김보라미 변호사. 사진=미디어오늘.

- 여권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

장 “예전부터 여권법의 문제에 대해 알고 있긴 했지만 내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 다녀오고 나서 문제를 직면했고,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그러던 중 언론개혁시민연대와 김보라미 변호사를 만나게 됐다.”

김 “이번 사건, 100% 위헌이 가능한다고 확신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건이며, 언론자유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언론자유 침해' 문제로 접근하면 당연히 위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헌법상 언론 허가제는 금지됐다. 그런데 외교부는 전쟁지역 취재를 승인할 때 사실상 '허가'를 한다. 언론사에 어디에 가는지, 취재를 어떻게 하는지 등을 묻는다. 이건 내용 규제다. 무엇보다 언론자유는 인간의 본성과 관련됐다. 전쟁지역에 가서 피해자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취재하고 알리는 것은 본성상 당연한 일이다.”

- 여행금지제도 도입 16년이 지났다. 언론인이 이 제도에 대해 헌법소원을 한 것은 장진영 사진가 처음이다.

김 “외교부는 언론인 우크라이나 입국을 허용하면서 그 대상을 '외교부 출입 언론사'로 한정했다. 프리랜서 기자의 경우는 허가를 받지 못했다. 신청서 자체가 제출한 날 거부되었다는 증언을 하는 프리랜서 기자도 있었다. 해외에선 프리랜서 형태 언론인이 일반적이다. 우리 사회에서 기자라는 지위가 특정 미디어에서 주기적으로 월급을 받는지, 정부기관을 출입하는지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건가. 무엇보다 기자들이 이 법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냉전 종식 후 국지전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를 취재하는 것은 언론사의 중요 업무 중 하나다. 그런데 이제야 여권법이 화두에 올랐다면, 레거시 미디어가 지난 세월 어떻게 취재했던 것인가. 대형 언론사가 먼저 나섰다면 문제가 조금은 쉽게 풀리지 않았을까.”

장 “물론 분쟁지역을 취재하고 싶은 기자들이 있었겠지만, 언론사 임원이나 간부들이 보기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떨어지는 일이다. 비싼 돈 들여 자사 기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가 찍어오는 사진에 의존한 측면도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언론계가 여권법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인식했으면 한다.”

▲Gettyimages.

- 기성 언론사에 소속된 언론인이 우크라이나 등 분쟁지역으로 가면 언론사 차원의 보호조치가 이뤄질 수 있지만, 프리랜서 언론인에 대한 보호는 본인 몫이다.

김 “한국기자협회 같은 단체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기자협회가 발급해주는 국제프레스카드는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 지금은 회원만 발급받을 수 있는데, 회원 범위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정규직이든, 프리랜서든 기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같이 있어야 한다. 유럽평의회가 지난해 3월 발표한 '분쟁 및 침략 상황에서의 저널리즘 원칙'에 따르면 미디어 기관은 분쟁지역을 취재하는 프리랜서 언론인을 위한 지침을 만들고, 안전을 위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민간에서는 프리랜서 언론인을 위한 보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기자보호를 위한 권고들이 있었다. 이 같은 제도적 조치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장 “취재 현장에는 위험이 상존한다. 우리가 경찰이나 소방관에게 '위험하니 도둑 잡지 말고 불 끄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위험이 업무 특성에 전제됐다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정규직 언론인들이 프리랜서 언론인들과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정규직과 프리랜서가 모여 함께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3월 17일, 우크라이나 야보리우 군사기지에서 러시아의 공습으로 사망한 군인의 어머니가 죽은 아들을 바라보며 흐느끼고 있다. ⓒ 장진영

- 일각에선 '외신이 찍은 사진을 쓰면 되지, 꼭 위험한 현장에 가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

장 “모든 기자가 다 분쟁지역에 가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전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쟁'이라고 하면 총알과 포탄이 날아오는 장면을 상상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전쟁이 해당 국가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다양하게 보여질 수 있다. 다양한 기자가 현장에 간다면 전쟁의 참상이 다양한 층위에서 밝혀질 것이다. 물론 위험 지역에 가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에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위험하다는 이유로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가 아니다.”

- 위헌법률심판제청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김 “우선 소송에 집중할 계획이다. 여권법에 대해 논의해보는 장도 마련되면 좋겠다. 해외에선 장 사진가에 대한 연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한 언론인은 한국 영사관 앞에 가서 시위를 했다. 그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에 던지는 화두는 크다. 특히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 말이다. 이번 사건이 글로벌한 이슈로 진행됐으면 좋겠다. 이해 당사자인 기자, PD, 프리랜서 사진기자들과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면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장 “이번 사건 이후 자기검열을 하기도 했다. '내가 또 분쟁지역에 갈 수 있을까'라고 주저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노들장애인야학에서 활동을 오래 한 홍은전 작가가 한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싸운 만큼 세상이 변한다'는 말이다. 장애인 이동권이 얼마나 열악했나. 하지만 싸우고 난 뒤 저상버스도 도입되고 있고,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도 성과가 있었다. 지금 우리가 싸우는 만큼 변화가 찾아오리라 기대한다. 여권법을 넘어, 언론자유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