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진 만났다"는 강사…'사교육 카르텔' 수사의뢰(종합)
교육차관 "예상문제 유형 언급…신뢰 뒤흔든다"
수능 출제위원 경력 홍보한 출판사, 공정위 조사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관계자를 만났다'고 말하며 수험생에게 예상 문제 유형을 전했다'는 강사에 대한 신고 사례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수능 출제위원 경력을 홍보하며 사설 모의고사 문제를 판매해 왔던 출판사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의심 사례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달 22일 오후 2시부터 지난 2일 오후 6시까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통해 총 261건의 신고를 접수 받았다.
이 중 '사교육 업체와 수능출제 체제 간 유착 의심 사례'로 분류된 2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신고된 사안 중 정황이 구체적이거나 현장조사를 거쳐 신빙성이 있다고 분류한 사안을 추린 것이다. 장 차관은 "나머지 사안도 들여다 보고 있으며 추가적인 수사 의뢰 사안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사를 의뢰하는 사안에는 '수능 전문 모 대형학원 강사가 학생들에게 "수능 출제 관계자와 만났다"고 발언했고, 수강생에게 예상되는 문제의 유형을 언급했다'는 신고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 내용대로 수능 문제가 사전 유출됐고, 강사가 유출된 문제를 알려준 행위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업무방해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던 사례가 있다.
지난 2016년에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출제 지문 등을 넘겨 받아 강의를 해 왔던 학원 강사 이모씨가 업무방해 등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
해당 사안에 연루된 수능 출제위원 출신 인사의 경우 수능 출제 시 작성하게 되는 '비밀유지 서약'을 어겼다는 점에서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어기고 출제위원 경력을 홈페이지 등에 노출하면 조치 불이행에 대해 하루에 50만원씩의 책임을 져야 한다.
현행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정부출연기관법)에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조항을 적용 받을 수도 있다.
당국은 정보를 주고 받는 과정에 금품수수가 이뤄졌다면 배임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고, 출제위원은 교사 또는 대학 교수인 만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여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장 차관은 "이런 행위 자체만으로 수능 체제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며 "사실이라면 사회 전반의 신뢰를 뿌리째 뒤흔드는 일로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백히 규명하고 엄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교육부는 증거 인멸 가능성이나 경찰에서 내용을 밝히지 말라는 협조 요청 등을 이유로 보다 자세한 혐의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장 차관은 "제보를 받은 수준에서 그대로 수사를 의뢰한 것은 아니다"며 "제보한 내용의 신빙성이나 개연성 이런 것들을 점검을 통해서 어느 정도 진척을 시켜서 수사 의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제 수사에 착수하기 앞서 대국민 브리핑을 열고 이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경위를 묻자, 장 차관은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중간 상황을 설명하고, 정부의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당국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이 의심되는 학원의 허위, 과장 광고 사례 10건을 공정위에 넘겨 조사를 의뢰했다.
명확한 근거 없이 수강생의 대학 입학 실적을 과장해 홍보한 학원, 수능 출제위원 경력을 홍보해 문제를 판 모 출판사 사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차관은 "출제위원 이력을 사교육 업체의 홍보수단으로 삼는 것은 국가의 공적 신뢰를 편취하여 사유화 하는 것"이라며 "대형 입시학원들의 허위·과장 광고는 학생, 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 현혹시켜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부터 교육부는 서울, 경기 등 교육청과 합동으로 총 19개 학원을 점검, ▲강의실에 더 많은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 임의 변경 ▲학원 내에 게시해야 되는 교습비 기준의 부적정한 게시 ▲교재 등의 끼워팔기 정황 등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서는 학원 관계 법령에 따라 벌점 등 제재조치, 시정명령, 행정지도 등이 이뤄졌다.
교육부는 오는 6일 집중 신고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지속적으로 접수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9월 대입 수시 원서 접수, 논술 등 대학별고사와 관련한 사교육에 대해서도 당국과 학원 관계자의 유착이나 탈법에 대해 점검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범정부 대응협의회에는 교육부 차관을 비롯해 공정위 시장감시국장, 경찰청 수사국장,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경기도교육청 제2부교육감, 한국인터넷광고재단 기획실장 등이 참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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