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앙은행 ‘마이웨이’ 뚜렷···물가냐 성장이냐 제각각 행보

이윤주 기자 2023. 7. 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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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유럽중앙은행(ECB)의 건물 외관. 프랑크푸르트/AFP연합뉴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올해 초까지 일제히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왔던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제 물가 상승 압력, 경기 둔화 정도 등에 따라 정책 차별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이 높은 영국부터 경기 부양에 나선 중국, 금리 인하를 단행한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각국 중앙은행의 행보가 확연히 갈리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앞두고 있다. 호주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을 깨고 지난 5월과 6월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해 현재 연 4.1%까지 기준금리를 올려놓은 상태다. 이번달 금리결정을 놓고도 동결과 추가 인상 사이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호주의 지난 5월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5.6%로 4월(6.8%)보다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목표치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국 중 물가상승 압력이 가장 높은 국가를 꼽으라면 단연 영국이 꼽힌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5.0%로 0.5%포인트 한번에 올렸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8.7%에 달하는 등 긴축의 필요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이민제한으로 인한 저가 노동력의 감소, 에너지 가격과 주거비, 임금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물가통제 우려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국가”라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지난달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7월 추가 인상을 사실상 기정사실화 해놓은 상태다.

미 연준은 지난달 15개월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면서도 한두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물가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점이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여전히 긴축의 필요성이 높은 영미권 국가와 달리 아시아 국가에서는 완화적 스탠스로 옮겨가는 국가가 늘고 있다. 물가보다는 성장세에 정책 목표의 방점을 두는 쪽이다. 그간의 긴축 효과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가 예상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에 따라 통화정책 결정의 셈법도 보다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를 풀고 경제활동 재개에 나섰지만, 효과가 기대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가 커지면서 지난달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10개월 만에 인하했다.

일본은행(BOJ)은 역대급 엔저에도 완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성장세를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들어서만 벌써 4번에 걸쳐 2.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베트남의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3.72%인데 이는 2011년 이후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이미 세 차례의 통화정책회의에서 동결을 결정한 상황에서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있다. 한은은 여전히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빠르게 둔화하고 있어 이번에도 동결을 통해 물가와 성장세 등을 더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긴축 통화정책은 상당 기간 유지되겠지만 긴축의 추가 강화 또는 완화 여부는 국가별로 처한 상황에 맞게 결정될 공산이 크다”면서 “‘모두가 긴축’은 맞지만 ‘같은 긴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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