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라운드, 오히려 좋아
평소보다 부드러워지는 그린
핀 직접 공략 되레 수월해져
우천 때 실력 더 발휘하기도
그립 젖지 않도록 관리하고
무게 중심 양발 중앙에 둬야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비'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자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등에서 활약 중인 프로골퍼들은 다르다. 그린과 페어웨이 등 골프장이 잠길 정도를 제외하고 비가 오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몇몇 프로골퍼들은 비가 오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평소보다 그린이 부드러워지는 만큼 핀을 직접 공략하는 게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린 위에서도 스피드가 느려지고 경사를 적게 타는 것을 고려하면 날씨가 좋을 때보다 편하게 퍼트할 수 있다.
코리안투어 대상 포인트 1위에 자리한 이재경과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자 정찬민, 코리안투어 통산 상금랭킹 1위 박상현 등은 "비가 오는 날에는 절대 그립을 젖게 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예년보다 강수량이 늘어 역대급 비가 올 것이라고 예상된 올여름에도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톱골퍼들의 방법은 무엇일까.
이재경 "그립을 젖게 하지 말아라"
올해 코리안투어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는 이재경이다.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6번 이름을 올린 그는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다. 상반기에만 벌어들인 상금이 3억8430만원으로 제네시스 상금랭킹 3위에 올라가 있다. GS칼텍스 매경오픈과 SK텔레콤 오픈 등 비가 많이 내린 대회에서 톱10에 든 이재경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립이다. 그는 "비가 오는 날 그립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성적이 달라진다"며 "그립이 젖은 상태에서는 정상적으로 스윙하기 어려워 최대한 건조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이재경은 수건을 우산에 걸어놓고 샷을 하기 전 그립을 닦는 것을 추천했다. 그는 "캐디백에서 골프채를 아무리 조심스럽게 빼도 그립이 젖을 수밖에 없다. 그립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신경 써야 한다"며 "비가 오는 날에는 캐디백에 수건과 휴지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립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비가 오는 날 더욱 신경 쓰는 한 가지도 있다. 바로 왼손 가운데 손가락부터 새끼손가락까지다. 이재경은 "중지부터 소지를 단단하게 잡는 게 중요하다. 그립이 젖은 상황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며 "연습 스윙을 할 때 왼손 세 손가락만으로 해보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다. 그립을 견고하게 잡지 못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정찬민 "양발 고정 견고한 스탠스"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정찬민은 올해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 324.5야드를 기록하고 있는 코리안투어의 대표 장타자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쾅'하는 소리와 함께 쭉 뻗어가는 정찬민의 드라이버샷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릴 정도다. 정찬민의 드라이버샷은 "공이 떨어지는 게 보이지 않는다"며 동료들도 놀랄 정도다. 비가 오는 날 성적이 좋다고 밝힌 정찬민이 수중 골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스탠스다. 양발이 조금이라도 미끄러지면 원하는 샷을 구사할 수 없다는 게 정찬민의 생각이다. 그는 "그립만큼 중요한 게 스탠스다. 날씨가 좋은 날과 비교하면 비가 올 때 미끄러질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스탠스를 확실하게 고정하는 방법으로 무게중심을 양발 중앙에 놓는 것을 소개했다. 정찬민은 "체중을 양발 앞쪽이나 뒤쪽에 둔 상태에서 스윙하면 임팩트 직전에 스탠스가 흔들릴 수 있다"며 "지면이 미끄러울 때는 양발로 지면을 꽉 잡는 느낌으로 어드레스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발 너비를 좁히는 것도 정찬민의 수중 골프 비법이다. 그는 "스탠스를 넓게 서면 스윙 아크가 커져 거리가 더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비가 오는 날에는 추천하지 않는다"며 "양발의 너비를 좁히면 좁힐수록 견고한 상태에서 스윙할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스탠스를 좁혀 서는 게 좋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규 "한 클럽 더 잡고 가볍게"
지난해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자인 김민규는 올해 코리안투어에서 가장 꾸준한 선수 중 한 명이다. 유럽 3부 투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비가 오는 날 어떻게 쳐야 하는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김민규는 거리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비가 오는 날 아마추어골퍼들을 비롯해 프로골퍼들이 어려워하는 건 거리 계산"이라며 "강수량 등에 따라 캐리와 굴러가는 거리가 달라지는 만큼 어떤 클럽을 선택할지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규는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비가 내리면 최소 한 클럽 이상 잡아야 한다고 했다. 김민규는 "비가 보슬보슬 내릴 때는 한 클럽을 더 잡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산을 써야 할 때는 다르다"며 "캐리와 굴러가는 거리가 모두 줄어드는 만큼 10~15야드를 더 보고 쳐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가볍게 스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어프로치는 최대한 띄워서"
코리안투어 통산 11승을 차지하며 통산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상현은 DB손해보험오픈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올해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베테랑 박상현이 비가 오는 날 추천하는 방법은 그린 주변에서 공을 굴리지 않는 것이다. 박상현은 "평소에는 러닝 어프로치를 많이 하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다르다. 그린에 떨어졌을 때 얼마나 구를지 계산하기 어려운 만큼 최대한 띄워서 치고 있다"며 "30m 이내에서는 캐리 거리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비가 올 때 러닝 어프로치를 하지 않고 띄워서 치면 라운드당 1~3타는 쉽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비가 오면 그린 위에서 경사를 적게 먹고 덜 구른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비가 오는 날 퍼트 성공률이 떨어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며 "평소에는 홀보다 오른쪽으로 1컵을 보고 쳐야 하지만 그린이 비에 젖었을 때는 반 컵만 봐도 된다. 평소보다 조금 더 공을 더 보낸다는 생각으로 퍼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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