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음료·막걸리 들어가는 ‘아스파탐’에 무슨 일이

노도현 기자 2023. 7. 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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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 제로 슈거, 서울장수·국순당·지평 생막걸리, 오리온 고래밥···.

이들 상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최근 제조 성분을 둘러싼 고민에 빠졌다. 단맛을 내기 위해 첨가한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지정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다. 이에 제로 슈거 음료·막걸리·과자 등에 두루 쓰이는 아스파탐의 자리를 다른 감미료가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과민 반응’할 정도의 위험은 아니란 해석도 나온다.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아스파탐을 상품 제조에 사용하는 업체들은 오는 14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아스파탐 관련 발표 내용을 확인한 뒤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29일 로이터는 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

’로 분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WHO가 공동으로 설립한 식품첨가물안전위원회(JECFA)도 같은 날 아스파탐의 안전 소비기준을 공개한다.

1965년 발견된 아스파탐은 1980년대부터 설탕 대체재로 널리 쓰였다. 열량이 g당 4㎉으로 설탕과 같지만, 당도는 200배나 높아 적은 양으로도 단맛을 낸다.

국내에선 펩시 제로 슈거, 서울장수 생막걸리 등 다양한 식품에 식품당국이 승인한 기준에 맞게 아스파탐이 들어가 있다. 기존에 JECFA가 정한 아스파탐의 1일 섭취 허용량은 1㎏당 40㎎이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무게가 60㎏인 성인이 65㎖ 요구르트(아스파탐 5.6㎎ 함유) 428병 또는 750㎖ 막걸리(72.7㎖ 함유) 33병을 마셔야 도달할 수 있는 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7년 공개한 아스파탐 관련 카드뉴스

IARC는 인체 발암 요인을 5가지로 분류한다. 아스파탐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2B군은 인간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암을 유발하는 것이 확실한 1군, 발암 개연성이 있는 ‘2A군’ 다음 단계로, 인체 영향 관련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다. 2B군은 김치가 속한 동아시아 야채절임류, 알로에베라, 고사리, 휴대전화 전자파 등까지 포함한다.

‘1군’은 담배와 석면, 소세지·햄과 같은 가공육이 해당한다. 2A군에는 붉은 고기, 고온의 튀김,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와 야간 교대근무가 있다. 2015년 IARC가 가공육을 1군으로 분류했을 당시 식약처는 식품·의학전문가회의를 거쳐 “이번 IARC 발표는 과도한 가공육 섭취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일 뿐 가공육을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지정해도 적정량을 섭취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문제는 위해성 정도를 떠나 2B군 지정 자체만으로 아스파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는 IARC의 발표 내용을 보고 대응 방안을 정할 방침이다. 펩시를 국내에 유통하는 롯데칠성음료는 글로벌 펩시 본사와 인공감미료 대체 여부를 협의 중이다. 일부 과자류에 아스파탐을 사용 중인 오리온은 앞으로 다른 원료를 쓰기로 했다.

막걸리업계 관계자는 “아스파탐이 2B군으로 들어가고 국내 관련 부처에서 사용 지침이 나온다면 그에 따라 대응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스파탐 대신 다른 감미료로 대체하는 건 어렵지 않다”면서도 “만약 감미료를 바꿨을 때 (소비자들이) 맛이 변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WHO의 공식 발표가 있으면 세부 사항을 확인해 관련 규정을 확정할 것”이라며 “미국,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의 동향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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