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새벽과 저녁에만 반짝 일하죠"…농촌지역도 폭염에 '헉헉'

이우성 2023. 7. 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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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농가들, 축사 습기 제거·그늘 만들기·환기 등 '더위와 전쟁'
"가축에 비타민까지 먹여요"…고령 주민들, 무더위 쉼터서 한낮 보내

(여주·안성=연합뉴스) 이우성 최해민 기자 = "마을 순찰한다고 잠깐 나와 둘러보는데도 주체할 수 없이 땀이 흐르네요. 간혹 낮에 나와 일하는 분들이 있는데 큰일 나니까 얼른 들어가라고 하죠."

폭염이 기승을 부린 3일 경기 여주시 대신면 옥촌2리 [촬영 이우성]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도는 등 폭염이 기승을 부린 3일 오후 경기 여주시 대신면에서 만난 임성혁(67) 옥촌2리 이장은 이마에서부터 타고 내리는 땀을 연신 훔쳐댔다.

이달 1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내리 폭염경보가 내려진 이곳 대신면은 낮 기온이 한때 35도에 육박해 한증막에 앉은 듯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이 이어졌다.

"낮엔 너무 뜨거워 논·밭에 나와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오늘도 아침 일찍 4시 50분쯤 나와 2시간 30분 정도 논두렁에서 제초 작업을 하고 들어왔다"며 논 옆에 설치된 창고 그늘로 몸을 피했다.

임 이장은 아내(60)와 함께 논 9천여㎡(3천여평)와 밭 1천300여㎡(400여평)를 돌보는 부부 농사꾼이다.

"아침 일찍 일하고 집에 들어가 쉬다가 해 넘어가고 열기가 식었다 싶으면 저녁 7시 30분쯤 다시 나와 한 시간 정도 밭에 약 치고 하죠. 마을 주민 대부분이 70~90대 고령이라 다들 이렇게 일해요. 안 그러면 큰일 치를 수 있어요."

임 이장은 무더운 날씨에도 집 앞 밭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를 가리키며 "비가 잦으면 탄저병에 잘 걸린다"며 "비 온 뒤에는 자주 (농)약을 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3일 경기 여주시 대신면 옥촌2리 [촬영 이우성]

비슷한 시각 옆 마을인 대신면 옥촌3리 경로당.

무더위 쉼터로 운영 중인 이곳에서는 72~89살 어르신 8명이 모여 에어컨 바람을 쐬며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70대 초반의 한 할머니는 "아침 일찍 창고 옆 자투리땅에서 들깨 모종을 심는 공동작업을 했다"며 "5시에 시작해 8시 끝낸 뒤 함께 아침밥 지어 먹고 이렇게 쉬다가 해 떨어지면 다들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여주시는 더위에 약한 어르신 등 취약 계층을 위해 시내 곳곳의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 315곳을 무더위 쉼터로 운영 중이다.

또 다음 주부터는 여흥동 버스터미널과 중앙동 홍문사거리 등 유동 인구가 많은 10개 지점에 하루에 240개의 생수통(350㎖)도 비치해 시민들이 잠시라도 열기를 식힐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여주지역 청소를 담당하는 시 환경 주무관들은 무더위를 피해 이달부터 8월까지 두 달간 평소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이른 오전 4시에 나와 일한다.

맡은 구역 청소를 다 하면 평소보다 한 시간 빠른 오후 2시에 퇴근한다.

여주시 대신면 옥촌3리 경로당 '무더위 쉼터' [촬영 이우성]

가축 농가들도 연일 기승을 부리는 폭염에 '더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산란계(알을 낳는 닭) 3만6천마리를 사육 중인 화성 산안마을 농장에서는 폭염에 산란율 저하와 폐사율 증가를 막느라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농장 관계자들은 닭이 평사 계사(바닥에 모래를 깐 평평한 땅에서 사육)에서 모래 목욕을 통해 체온을 낮출 수 있게 모래를 보슬보슬하게 관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닭의 전반적인 면역력 강화를 위해 급여하는 사료에 조단백질 함량을 높여주고, 아침저녁으로는 천장 슬라이딩 도어를 활짝 열어 환기하고 있다.

닭이 언제든 물을 마실 수 있게 충분하게 물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한 여름철 관리 방법의 하나다.

산안농장 관계자는 "우리 농장은 좋은 환경에서 닭을 사육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높아 폭염 폐사는 거의 없다"며 "다만 산란율 저하를 막기 위해 모래의 습기를 제거해 보슬보슬한 상태로 유지하는 등 여름철 관리를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한우 900마리를 사육 중인 안성시 미양면의 A농장에서는 우사 천장 슬라이딩 도어를 낮 동안 닫아둬 그늘을 만들어 주고 상시 환기팬으로 우사 내부를 식혔다.

농장주는 "폭염이 심하면 우사 주변에 그늘을 만들어주고 내부 공기를 식힐 수 있도록 환풍기를 돌려주는 게 중요하다"며 "어린 송아지가 아니면 폐사를 염려할 필요는 없지만 사료에 생균제와 비타민 등을 섞어 급여해 면역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3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한 축사 [촬영 홍기원]
폭염이 기승을 부린 3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한 농장에서 물 먹고 있는 닭 [촬영 홍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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