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인컴·성장株 배분 통해 … 경기국면마다 비중 조절을 [기고]

2023. 7. 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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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내년에 경기침체 올 경우엔
금리 하락으로 채권값 올라
한·미 채권에 분산해도 좋아
AI·반도체·전기차·배터리…
장기 성장성 살아있는 기업
업종ETF로 투자해볼만

상반기 국내외 주식이 좋았던 이유는 △당초 걱정보다 양호했던 글로벌 경기 △그럼에도 3월 미국 은행위기를 계기로 긴축 속도를 늦춘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인공지능(AI) 모멘텀 △약세장을 대비해 포지션 줄였던 투자자의 추격성 매수세 등이 어우러진 결과로 보인다. 특히 금리 안정세 속에 AI 밸류체인상 혜택이 큰 소수 빅테크가 차별화된 강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하반기 글로벌 증시는 상반기만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은행위기가 악화되지 않자 연준이 추가 인상을 시사한 상황이며, 추격성 매수도 점차 일단락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무엇보다도 연말로 갈수록 내년 경기 및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점점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 등 연구기관은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올해 1% 중반에서 내년엔 1% 선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IB)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로 더욱 낮게 보고 있는데 특히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에는 약간의 마이너스 성장, 즉 경기가 얕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 둔화가 우려될 때 가장 편안한 투자는 당연히 채권이다. 현시점이 시기적으로도 괜찮아 보인다. 연준이 추가 인상 으름장을 놓는 가운데, 양적긴축(QT)과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발행 확대 같은 수급 측면의 부담으로 채권금리가 당장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채권 시장도 유사한 상황이다.

비교적 높은 금리에 채권을 사서 만기까지 가져가거나, 내년 경기 침체가 왔을 때 금리 하락에 따라 채권 가격이 오르면 팔아서 이익을 볼 수도 있다. 또 쿠폰채는 중간에 이자가 나오므로 현금 필요시 일부 충족할 수 있고 일정 부분 절세상 이점도 누릴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예금상품 대비 장점이라고 수 있겠다.

만일 채권 투자가 익숙하지 않거나 매수·매도 유동성이 걱정된다면 그냥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 채권이냐 미국 채권이냐의 문제는 결국 환율 이슈인데 미국 경기 침체가 깊어질 것 같으면 미국 채권, 그 정도는 아니라면 한국 채권이 나을 것 같다. 미국 경기 침체가 심할수록 달러화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상이 어려우면 섞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그런데 주식은 어떨까. 경기가 나빠지는 것은 주식시장에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그대로 매칭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주식시장은 '경제 전체 혹은 경제 내의 모든 기업'이 아니라 오로지 '상장기업'만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가령 미국 GDP에 집계되는 기업은 500만개가 넘지만 정작 S&P500는 그중 0.1%도 안 되는 극소수 우량 상장 기업만을 대표하는 셈이다. 양극화가 속성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경제지표'에 너무 집착하면 투자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상장사 실적도 경제 전체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산업·기업마다 정도의 차이가 크고 산업 사이클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업황에 놓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심지어 극소수 위대한 기업은 세상을 바꾸는 결과물을 내놓기도 한다. 또 매출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기업은 자국 경기 사이클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울 수 있으며 특히 수요가 장기 구조적으로 늘어나면 그 기업의 미래는 경기 사이클과 큰 상관없이 밝다.

최근 불붙은 AI도 오랜 기간 이어질 장기 테마다. 반도체·전기차·2차전지·신재생에너지·우주항공·방산도 마찬가지다. 다만 테마별로 예상 수익률을 정확히 줄 세우기는 어려우므로 그러한 유망 산업에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낫다. 또 해당 산업에서도 주도 기업이 조금씩 변해갈 수도 있으니 업종 전체를 사되 그중에서도 유망 기업을 추려 담는 ETF가 안전하면서도 우수한 방식이라는 얘기다.

또 하나의 자산배분 전략은 유망 이머징을 사는 것이다. 자본주의 성장의 원천은 △노동·자본의 양적 확대와 그것의 효율적인 배분 △기술 혁신에 따른 생산성 확대인데 아무래도 후자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주도하기 마련이며 전자는 이머징의 특장점이자 매력 포인트다. 인도는 막대한 노동력과 시장, 나렌드라 모디 총리 이후 정치·사회·제도적 발전, 지정학 갈등 계기로 글로벌 밸류체인상에서 역할 확대가 기대된다. 실제로 인도 주가는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인도 경제에 대한 투자보다는 인도에서 가장 뛰어난 극소수(가령 Nifty50) 초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깊은 침체만 아니라면 좋은 주식·ETF는 경기 사이클을 극복할 수 있다. 혁신 기술에 기반해 구조적 성장을 지속하는 업종·기업이 대표적이다. 또 경제 성장 둔화 국면에서도 성장하는 기업은 희소가치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으며 경기 둔화에 따른 금리(할인율) 하락도 성장주에는 더 우호적 여건이 된다. 물론 시장 전체 분위기에 따른 수익률 등락은 있을 수 있으니 종종 비중 조절은 필요할 수 있지만 기본 스탠스는 유지하는 게 좋다고 본다.

결국 큰 틀에서 보면 '안정적인 인컴'과 '장기적인 혁신 성장'의 '바벨 전략' 아래에서 국면마다 비중을 조금씩 조절하는 것이다. 여기에 '이머징 성장'이라는 '플러스 알파'를 더하는 전략을 추천한다. 물론 이러한 전략의 기반이 되는 더 큰 원칙은 '글로벌 우량자산에 분산투자'라는 것이다. 국내에만 올인한다거나 해외에 투자해도 비우량 자산을 산다든지, 분산하지 않는다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장기적인 자산관리가 목표라면 '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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