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사업체’ 몰수 나선 푸틴···프리고진 따라간 바그너

선명수 기자 2023. 7. 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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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미디어 기업 압수수색
푸틴 연인이 새 주인 될 듯
사업체 전반 몰수엔 어려움
‘프리고진 암살’ 명령 주장도
1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바그너그룹 본사에서 한 직원이 창문에서 바그너 그룹 로고를 떼어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정부가 최근 무장 반란을 일으킨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업체 몰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프리고진에 대한 암살을 명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최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패트리엇 미디어 그룹’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보도했다. 패트리엇 미디어는 프리고진이 소유한 여러 사업체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미디어 기업이다. 친정부 성향 뉴스통신사 ‘리아 판’ 등 여러 온라인 매체와 소셜미디어를 거느린 이 회사는 그간 크렘린궁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나팔수 역할을 해 왔다. 이 회사 산하에는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는 여론조작 단체 인터넷연구기구(IRA)도 있다.

앞서 패트리엇 미디어 산하 매체들은 지난달 30일 잠정 폐쇄를 발표했고, 소셜미디어 ‘야루스’도 “정치 상황으로 인해 서비스를 중단하고 새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공지했다.

WSJ는 이 회사의 직원 등을 인용해 ‘내셔널 미디어 그룹’이 패트리엇 미디어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내셔널 미디어 그룹은 푸틴 대통령의 연인으로 적어도 3명의 자녀를 낳은 것으로 알려진 전직 리듬체조 국가대표 알리나 카바예바가 이끌고 있다.

프리고진이 소유한 사업체는 가장 잘 알려진 바그너 그룹 뿐 아니라 금융, 건설, 유통, 물류, 광업, 천연자원, 미디어, 매니지먼트 회사에 이르기까지 100개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은 자신의 뿌리와도 같은 요식업체 ‘콩코드’를 지주회사로 두고 광범위한 사업체들을 관리해 왔다.

크렘린궁은 바그너 그룹이 무장 반란을 벌인 지난달 24일 콩코드 자회사 몇 곳을 상대로 불시 단속을 벌여 총기와 위조 여권, 각종 회계장부, 4800만달러 상당의 현금과 금괴 등을 압수했다.

WSJ는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회사를 몰수하게 된다면, 이는 영국 왕실이 1858년 동인도 회사를 청산하고 광범위한 식민지를 직접 통치한 이후 정부가 거대 ‘기업 제국’을 집어삼킨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프리고진의 사업체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지분 구조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러시아 정부가 사업체 전반을 파악하고 몰수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바그너 그룹에 대한 해산 시도도 본격화되고 있다. 크렘린궁이 새로 지명한 군사 계약업체들은 3만명으로 알려진 바그너 용병과 해커 중 일부를 흡수하기 위해 온라인 구인 광고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그너 그룹과 계약을 맺었던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 정부들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바그너 그룹이 더 이상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통지를 받았다.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로 떠난 것으로 알려진 프리고진에 대한 암살 명령을 내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 국장은 미국 군사매체 ‘워존’ 인터뷰에서 “FSB가 푸틴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암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계획이 성공할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만, 작전을 단행하는 단계에 들어서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바그너 그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용병 모집을 한 달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당분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벨라루스로 거점을 옮기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바그너 그룹에 자국군 군사 훈련을 맡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상업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지난달 29∼30일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벨라루스 소도시 아시포비치 인근의 한 빈 군사기지에 텐트가 250∼300개 설치된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따라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는 국경 수비 강화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리우시 카민스키 폴란드 내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벨라루스 접경지에서의 긴장 상황으로 인해 대테러 특수기동대를 포함한 경찰관 500명을 접경지에 보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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