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사랑 45년, 자식만큼 나이 먹고도 에어컨이 멀쩡했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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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의 홍연무(80)·문희선(77)씨 부부는 1979년 봄 처음으로 에어컨을 장만했다.
그렇게 온 에어컨은 해마다 여름이면 가족의 식사와 자녀의 공부 시간을 책임졌다.
큰아들 홍제성(51) 디지스트(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로봇 및 기계전자공학과 교수는 여름마다 오랜 시간을 에어컨 있는 방에서 보냈다고 했다.
홍씨 부부는 최근 에어컨을 LG전자에 기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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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간 고장 없는 비결은 "필터 열심히 청소"
"한여름 무더위에서 공부할 자녀들 생각해서 샀죠. 45년 동안 고장 한 번 없이 온 가족을 시원하게 해 준 에어컨이 대견합니다."
경북 경주시 홍연무·문희선씨 부부
경북 경주시의 홍연무(80)·문희선(77)씨 부부는 1979년 봄 처음으로 에어컨을 장만했다. 직전 해(1978년) 여름이 유난히 더워 여름 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마침 큰아들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여름철 집 안에서 편하게 책 읽고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컸다.
당시는 선풍기조차 '재산 목록 1호'였던 시절. 에어컨이 있는 집은 매우 드물었다. 있다 해도 창문에 걸친 '일체형 에어컨'이었다. 냉방은 됐지만 소음도 컸고 외부 공기와 차단도 잘 되지 않았다. 홍씨는 1970년대 초 방문한 일본에서 실외기를 따로 빼고 실내 기기는 벽에 거는 '분리형 에어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침 LG전자(당시 금성사)가 벽걸이형 에어컨 'GA-100SP'를 처음 출시했다. 홍씨는 "당시 회사 측으로부터 경주에 딱 다섯 대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온 에어컨은 해마다 여름이면 가족의 식사와 자녀의 공부 시간을 책임졌다. 큰아들 홍제성(51) 디지스트(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로봇 및 기계전자공학과 교수는 여름마다 오랜 시간을 에어컨 있는 방에서 보냈다고 했다. 그는 "에어컨이 설치된 방에서 동생과 뜀뛰며 기뻐했다"면서 "시원한 바람 속에서 부모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고 떠올렸다.
더 신기한 것은 이 제품이 45년 동안 흔한 고장조차 없었다는 점. LG전자 관계자는 "따로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며 "좋은 기술력도 있었지만 그만큼 관리를 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래도록 에어컨을 유지한 관리 비결을 묻자 홍씨는 "내게 완전히 뜯어서 수리할 능력 같은 건 없고, 그저 청소를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했다. ①평소 기기 외부에 먼지가 쌓이면 닦고 ②에어컨 가동을 시작하는 여름과 끝내는 가을에 반드시 필터 세척을 했다는 것이다. 여름 무더위가 길어질 때는 이용 기간 중에도 최소 한 달 간격으로 필터 청소를 했다. 홍씨는 "에어컨뿐 아니라 모든 가전 기기는 최대한 깔끔하게 닦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씨 부부는 최근 에어컨을 LG전자에 기증하기로 했다. 사료적 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한 큰아들 홍 교수가 먼저 LG전자 고객상담실에 연락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1968년 출시한 국내 최초 창문형 에어컨 'GA-11', 1981년 출시한 국내 최초 스탠드 에어컨 'GA-025'와 함께 에어컨 신화의 주인공들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다양한 형태의 최초 에어컨들을 경기 이천시 LG인화원과 창원 연구소 등에 전시하고 방문객들에게 앞선 기술력을 입증하는 유산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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