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봤자...조금 다크한 신데렐라, ‘셀러브리티’[한현정의 직구리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3. 7. 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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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는 이야길 뭘 그렇게 장황하게 하세요?
‘셀러브리티’ 박규영 스틸. 사진I넷플릭스
출발은 좋았는데 갈수록 태산이다. 소재만 리얼리티, 전개는 판타지요, 무늬만 미스터리다. 멜로 라인은 그야말로 극한의 오글거림, 겉만 번지르르한 진부한 알맹이다. 조금 다크한 신데렐라요, 볼수록 매력이 없는, 그저그런 ‘셀러브리티’다.

넷플릭스 새 한국 시리즈 ‘셀러브리티’(극본 김이영, 연출 김철규)는 유명해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셀럽들의 세계에 SNS를 하지 않던 서아리(박규영 분)가 뛰어들며 벌어지는 잔혹한 이야기를 담는다. ‘오징어 게임’ 시즌2 합류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라이징 스타’ 박규영의 원톱 주연작이다.

과거 부유하게 자랐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현재는 평범한 화장품 회사 방문 판매원으로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공 서아리. 소신 있고, 솔직하며, 자존감이 높고, SNS 활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물론 내면 깊숙한 곳 어딘가엔 궁금한 마음도 없지 않지만, 바뀔 수 없는 현실에 쓸 데 없는 ‘헛바람’이요, 바쁜 일상의 무의미한 ‘사치’라고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릴 적 친구, 당시에는 가난해 자신을 동경했지만, 이젠 셀럽이 돼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오민혜(전효성 분)를 만나, SNS 계정을 트고, 숨은 욕망의 문을 열게 된다.

‘셀러브리티’ 가빈회 스틸. 사진I넷플릭스
아리는 민혜를 통해 톱셀럽 모임 ‘가빈회’와 엮여 화려한 셀럽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타고난 미모와 패션 감각, 사이다 발언을 서슴지 않는 마성의 매력으로 단시간에 스타 셀럽이 된다. 여기에 ‘치트키’ 재벌 썸남(강민혁 분)의 든든한 서포트와 ‘숨은 조력자’ 윤시현(이청아 분)의 응원을 받는다.

유명해지기만 하면 돈이 되는 세계. 어느새 ‘급’이 달라진 아리의 성공이 꼴보기 싫은 ‘가빈회’ 멤버들은 지속적으로 험담을 하고, 거짓 루머를 만들고, 위협을 가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 아리 또한 거칠게 맞선다. 결국 주변 사람들까지 잃으며 몰락한 그는 죽음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모두가 죽은 줄 알았던, 법적으로도 이미 사망 처리된 아리가 라이브 방송을 켠다. 자신을 죽음으로 몬 세력들과 겉만 화려할 뿐 역겨운 셀럽 세계의 민낯을 거침 없이 폭로해 세상을 발칵 뒤집는다. 그는 정말 살아있는 걸까. 이 복수는 성공할까.

마약부터 살인 교사, 성매매까지 드라마는 인플루언서의 민낯을 참으로 자극적으로 그려낸다. 현실적인 소재, 실제 비슷한 뉴스들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 등을 통해 이 세계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초반부는 상당히 흥미롭다. 빠른 전개, 셀럽뿐만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와 악플러 등 강력한 메시지를 위한 입체적 구성도 돋보인다. 다음 화를 궁금하게 하는 매혹적인 각 회의 엔딩도 좋다.

주인공 서아리를 연기한 박규영의 존재감도 강렬하다. 셀럽이 되기 전 모습이 훨씬 착붙이긴 하지만, 인물의 굴곡 이에 따른 감정선의 표현이 좋다. 다채로운 스타일링도 완벽하게 소화한다. 사건의 전말을 읊는 아리의 작위적 말투가 다소 어색하고 오바스럽긴 하지만 몰입을 완전히 깰 정도는 아니다.

‘셀러브리티’ 박규영 강민혁 스틸. 사진I넷플릭스
미학은 여기까지다. 미스터리가 풀리기 시작하는 8화부터 전개는 과하게 비현실적이고, 빌런부터 남주, 여주, 주변 인물들까지 하나같이 평면적이고 단순 무식하다. 이들의 뻔한 레이스는 뒤로 갈수록 늘어진다. 고루하고 지루하다. 갈등은 그럴듯 한데, 그 해결은 하나같이 비현실적이니 도무지 몰입이 안 된다.

판타지급 복수의 과정에 카타르시스는 사라지고 점점 더 유치하게 느껴진다. 인물 간 숨은 사연이나, 반전 역시 공감이 안되니 별다른 감흥이 없다. 강력한 걸크러시인줄 알았더니, 포장만 그럴듯한 옛날 옛적 신데렐라 이야기다.

강민혁이 연기한 한준경 캐릭터는 가장 NG다. 업계 1위 코스메틱 브랜드의 대표인 한준경은 한참 철지난 ‘나쁜 남자’ 시전을 끊임없이 해대는데 시종일관 튄다. 여성 캐릭터들과의 관계, 전개, 설정, 대사, 엔딩까지 어느 것 하나 오글거리지 않는 대목이 없다. 세련된 현대적 외피에 ‘파리의 연인’ 그 이전의 복고 감성을 전혀 어울리지 않게 불협화음으로 끼워 넣었다. 아리의 강인함, 주체적인 매력까지 잡아 먹는 엑스맨이다.

뒤로 갈수록 극도로 허술해지는 이야기 때문에 처음 강렬했던 각양각색 ‘가빈회’ 멤버들도 갈수록 빛을 잃는다. ‘비호감’군단으로 묶인 채 저마다의 개성도 상실한다. 그나마 ‘악플러’를 대변하는 ‘bbb famous’가 끝까지 호기심을 자극하고, 메시지에 힘을 실으며 제 역할을 해준다.

아, 아리 다음으로 가장 많은 분량을 자랑하는 윤시현 역의 이청아는 시종일관 무색무취다. 캐릭터 자체도 애매하지만, 배우와도 썩 어울리는 합은 아니다. 스토리상 주연급이지만 여러모로 존재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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