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안 된 외국인 아동 4천 명의 안전 확인은?

이정은 2023. 7. 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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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통보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가족관계등록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산모와 아기의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직접 지자체에 통보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본회의 통과는 순조로웠습니다. 재석 267명 중 찬성이 266표에 달했습니다. 최근 미등록 출생 아동의 유기·살해 사건 등이 잇따라 드러나며, 이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진 결과일 텐데요. 시행은 공포일 기준 1년 뒤부터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시행 뒤에도 여전히 '그림자 아이'로 존재할 아이들이 있다"며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어떤 아이들일까요.

■ 출생신고 안 된 '외국인 아이' 4천 명

감사원이 이번에 출생신고가 누락 됐다며 찾아낸 영·유아는 모두 6천여 명입니다. 이 중 내국인 아이 2천여 명에 대해서만 보건복지부 등이 전수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전수조사에서 제외된 4천여 명은 모두 외국인 아이들입니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국내에서 출산한 뒤 출생신고를 할 의무가 없습니다. 또 외국인 아이들의 출생등록을 위한 규정도, 제도도 없습니다.

다만 외국인 아이는 부모의 국적지인 '본국'에서 출생신고를 하게 돼 있습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4천여 명 중 일부는 본국에 출생신고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태국 국적 불법체류자의 출생 미신고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2015년 7월 태국으로 돌아간 친모와 아기의 안전을 확인하고 수사를 종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본국에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 여전히 국내에 머무르는 사례도 꽤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미등록 외국인 아이들에 대한 통계는 없으며, 추산도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 개표 결과


■ 학대에 노출되거나, 수능 못 보기도…"외국인 출생 등록제 시급"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소속 변호사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외국인 아이를 도와달라는 전화가 자주 온다"고 말했습니다. 출생신고를 못 한 이유는 '부모가 불법 체류자여서', '코로나로 본국에 가지 못해서' 등 각기 다양하다고 합니다.

이 변호사는 "일부 아이의 경우 출입국사무소에 의견서를 내 '외국인 등록'이라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등록 때 필요한 게 여권인데, 이조차 없는 아이들의 외국인 등록을 꺼려하는 사무소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아도, 이 아이들은 법적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갖진 못합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아동수당 등 복지혜택을 누릴 수 없고, 학교를 다니더라도 졸업장을 받지 못하거나 수능을 치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이 변호사는 설명했습니다. 또 자기 이름으로 된 휴대폰도, 계좌도 갖지 못한 채 국내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출생 등록을 하지 않은 외국인 아이들은 아동학대를 당해도 발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학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찾기 위해서라도 '외국인 아동 출생 등록 제도'는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국회에 관련 법안들 발의…1건은 1년째 계류 중

21대 국회에는 외국인 아이도 국내에서 출생 등록을 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돼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지난해 6월,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이의 출생을 기록·관리하고 출생 증명을 하도록 하자며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출생 등록의 신청 의무자를 아빠나 엄마로 하고, 부모가 신청하지 않을 경우 검사나 지자체장 등이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내용입니다.

같은 당 소병철 의원도 지난 6월 비 슷한 취지의 법안을 내놨는데요. 외국인 출산 시 출생등록의 신청 의무자를 명시하고 의사 등이 지자체에 출생정보를 통지하게 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현재 두 법안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이번 출생통보제 도입 환영…'모든 아동'으로 넓혀야"

아동 인권 보호 관련 단체들은 출생통보제 도입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외국인 아이들은 여전히 배제돼 있기 때문입니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는 오늘(3일) "출생통보제 도입을 환영한다"면서 "앞으로 '모든 아동'의 보편적 출생등록을 위한 국가의 계속적인 노력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내놨습니다.

이들은 "모의 외국인 등록번호나 의료급여 자격관리번호가 없는 이주 아동이 통보의 대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국회에 발의된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도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도 "국적국 대사관에서 출생 등록이 불가능하고, 한국 안에서 출생신고가 어려운 난민, 난민 신청자 등의 현실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해왔다"며 "한국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의 이익이 실현될 수 있는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 도입을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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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279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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