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이상과 현실이 빈민가서 폭발했다…프랑스 시위, 왜?
이민 가정들 사는 빈민가 중심으로 분노 누적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경찰의 총격으로 17세 소년이 사망한 후 프랑스에서 폭력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타인에 대한 톨레랑스(관용)와 자유·평등·박애의 혁명 정신을 자랑하는 프랑스가 사실은 그 속 어딘가에서 곪고 있었음을 의미하는데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이상과 현실이 어긋난 채 그 모순과 분노가 빈민가를 중심으로 누적된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2일(현지시간) NYT는 지난달 27일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알제리 이민 가정 출신 소년 나헬과 지난달 29일 프랑스 헌법재판소의 (여성 축구 선수) 히잡 착용 금지 판결을 연결지으면서 프랑스의 정체성과 포용성에 대한 오랫동안 끓어오르고 있는 문제가 이 두 사건에 담겨 있다고 진단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건과 대우가 다른 두 명의 프랑스인이 있다는 생각은 전혀 불가능하다면서 제도적인 인종 차별 가능성 자체를 부인했다. 관계자는 "그것(소년에 대한 총격)은 한 사람의 행동이지 경찰이라는 기관이 아니다"면서 "오늘날 경찰은 매우 (인종이) 뒤섞이고, 다양해 프랑스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NYT는 "동시에, 2015년 이후 일련의 끔찍한 테러 공격의 결과로 많은 프랑스인들의 태도가 굳어졌다"면서 사람들 사이에 특정 인종에 대한 두려움이 형성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인종에 대한 논의는 평등이라는 공화국의 설립 이념에 반하기 때문에 논의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다고 보았다.
전문가들도 프랑스에는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더 깊어질 것으로 믿는 사회적 믿음이 있다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라는 좀 이상한 입장이 있다"며 "그것이 기본적으로 프랑스 사회의 지배적인 합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중적 태도의 결과 많은 소수자들이 이중으로 불이익을 느낀다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프랑스 고유의 세속주의도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도리어 차별의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 프랑스는 국가가 어떤 종교도 장려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원하는 어떤 신앙도 자유롭게 실천하는 세속주의, 프랑스말로 라이시테(laïcité,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 여성 축구선수의 히잡 착용 금지를 지지하는 프랑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정부 비판가들은 세속주의 원칙이 때때로 이슬람교도들, 특히 히잡을 쓴 여성들을 공공 생활에서 배제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되었다고 지적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민자들의 분노는 여기에 가난까지 겹치며 더 극에 달하고 있다. 도심 외곽 저소득층 주거 단지인 방리유(banlieue)에 이민자들이 모여살며 이들은 차별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리고 주민과 경찰간의 잦은 마찰이 발생하는데 이번 총격 사건이 발생한 낭테르라는 곳도 방리유다.
FT에 따르면 2005년에도 클리시수부아라는 슬럼가에서 두 명의 10대가 경찰을 피해 변전소에 숨었다가 감전사해 3주간의 폭발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가 잦아든 후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은 차별과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시라크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비판자들은 그가 더 많은 포용과 경제적 기회에 대한 약속으로 당선되었음에도 방리유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현 정부도 비판한다.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인 또는 흑인으로 인식되는 젊은 남성이 다른 남성들보다 신원확인을 위해 붙잡힐 가능성이 20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클리시수부아의 번화한 야외 시장에서 물건을 사며 한 택시 운전사는 "이 동네들을 보라. 이들이 어떻게 버려지는지 보라"면서 "이런 곳에서는 비행 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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