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1시간→20분, 김포공항 환승엔 땀 뻘뻘…대곡-소사선 타보니
"30분은 더 자고 나왔어요. 이제 회사까지 20분 걸려요."
3일 오전 7시40분쯤 경기 고양시 대곡역 지하철 승강장. 이날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 김모씨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보여줬다. 대곡역에서 원종역까지 서해선 지하철을 타면 14분이 걸린다고 적혀 있었다. 같은 시간 버스, 자가용을 탔으면 각각 57분, 25분이 소요될 거리였다.
김씨는 "예전에는 부천시 원종동 회사까지 가는데 1시간 넘게 걸렸는데 이제는 20분이면 충분하다"며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곤 했는데 오늘은 6시30분에 일어나서 꿀잠 잤다"고 말했다.
서해선 복선전철 대곡(고양)∼소사(부천) 구간이 지난 1일 개통된 후 첫 평일을 맞이한 가운데 시민들은 이동 시간이 단축된 것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에스컬레이터 병목현상, 김포공항역 내 혼잡도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해선 대곡~소사선은 대곡-능곡-김포공항-원종-부천종합운동장-소사 총 6개 역을 연결하는 전철로 기존 서해선 소사~원시 구간을 연장해 고양, 서울, 부천, 시흥, 안산 등 수도권 서부지역을 남북으로 이었다. 이번 서해선 연장으로 1시간 10분 정도 걸리던 고양~부천 이동이 20분 정도로 단축됐다.
이날 대곡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시민들 출근길을 동행해보니 대부분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오전 7시50분쯤 대곡역은 소사역 방향 서해선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열차 내로 한꺼번에 탑승했지만 지하철 내부 혼잡도는 낮았다. 구석구석 빈좌석도 있었고 통로도 여유 공간이 있었다.
직장인 박성민씨는 "생각보다 사람도 적고 도착 시간도 빨라져서 좋았다"며 "이전에는 회사에 가려면 환승을 3번 해야 했는데 이제는 2번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곡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지하철로 9분가량 소요됐다. 버스와 자가용을 이용하면 각각 28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김포공항역에 도착하자 열차에 있던 승객 3분의 1 정도가 우르르 내렸다. 김포공항역은 서해선을 포함해 서울지하철 5호선, 9호선, 공항철도, 김포골드라인까지 총 5개 노선을 환승할 수 있다. 시민들은 환승 열차로 갈아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이동했다.
안전지킴이 요원들은 혹시나 발생할 사고를 대비해 "손잡이를 잡고 이동해달라"고 당부했다.
서해선 김포공항역은 승강장에서 지상까지 5층(약 83m) 깊이로 부산 3호선 만덕역(64m)을 제치고 국내에서 가장 깊은 역이다. 지상으로 나오려면 에스컬레이터만 3번 타야 한다. 시민들은 끝도 없이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보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 여기저기서 "아유 엄청나게 기네" "끝도 없네" 등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린 뒤 김포공항역 9호선 환승 구간에 도착하니 김포골드라인, 공항철도를 타고 온 사람들까지 9호선 열차로 환승하려다 보니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람들은 빈 곳을 찾아다니며 "잠시만요" "지나가겠습니다" 등을 말했다.
더운 날씨에 인파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사람들은 출근 전부터 땀 범벅이었다. 여기저기서 "어유 더워" 등 짜증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손 부채질을 하는 사람도 여럿 보였다.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사람들까지 겹치다 보니 공간은 더 꽉 찼다.
시민들은 앞으로 지하철 혼잡도가 심해질 것을 우려했다. 인천 계양에서 9호선을 타고 직장에 간다는 정모씨는 "원래 아침에는 8시30분 넘어가면 사람들이 많이 줄어드는데 이날은 30% 정도 늘어난 것 같다"며 "날씨도 더워지는데 지옥철이 더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씨 역시 "이동 시간이 줄어들어서 다행이긴 한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긴 하다"며 "앞으로 소문이 나면 더 많은 사람이 탈 텐데 벌써 걱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서해선 대곡~소사 구간이 개통되면 환승역인 김포공항역 이용 인원이 1만5069명에서 2만1227명으로 약 6158명(40.9%)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9호선 급행열차(노량진∼동작) 혼잡도는 197%에서 219%로 22% 포인트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시는 9호선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9호선 운행을 출근 혼잡시간대에 4회(급행 2회, 일반 2회) 횟수 증가 운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규 전동차 48칸(8편성)을 올해 12월부터 차례로 투입할 예정이다. 9호선 급행열차가 정차하는 주요 혼잡역사 10곳에 서울시 인력을 하루 20명씩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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