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아직도 불타고 있다…“사실상 진화 포기한 곳 절반 넘어”

최서은 기자 2023. 7. 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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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벡주에서 산불이 불타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 전역이 두달 넘게 불타오르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한 동시다발적인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전 세계 10여개국에서 파견된 소방관들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현재 진행 중인 522건의 산불 가운데 절반이 넘는 262건이 사실상 진화를 포기한 ‘통제 불능’ 상태다.

캐나다 사상 최악의 산불…국경 넘어 세계 곳곳에 영향

캐나다산불센터(CIFFC)에 따르면 올해 캐나다 전역에서 현재까지 3000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했고, 피해 면적은 880만㏊(8만8000㎢)에 달한다. 이는 한국 면적(10만㎢)의 5분의 4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캐나다에서 역대 최대로 꼽히는 1989년 산불보다 큰 피해 규모로, 지난 10년 평균보다 21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캐나다에서 7~8월에 산불이 절정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산불이 계속 이어지며 계속해서 피해 규모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캐나다의 덥고 건조한 날씨는 사상 최악의 산불을 야기했다. 특히 평소에도 여름에 자주 산불이 발생하는 서부 지역 뿐 아니라 퀘벡과 노바스코샤주 등 동부에서도 이례적으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앨버타주를 시작으로,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온타리오주 등 거의 모든 주에서 산불이 나고 있다.

몇 달째 계속되는 진화작업에도 산불 연기는 여전히 캐나다 중서부와 동부 해안을 뒤덮고 있다. 산불로 인한 이재민 수는 10만 명이 넘는다.

캐나다 산불 오염물질 지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구 관측소 홈페이지

산불 연기가 국경을 넘어 이동하면서 뉴욕, 워싱턴D.C를 비롯한 수백 개 도시에서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산불의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에선 17개 이상 주에서 공기질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위성영상 자료를 보면, 이번 산불 연기는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 지역을 넘어 멕시코·칠레 등 중남미와 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 등지까지 도달했다.

캐나다 산악지대의 넓은 면적과 험준한 지형은 산불 진화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인력과 장비 등 산불 대응 자원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여기에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외딴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현실적으로 자원을 투입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캐나다 당국은 “전국적으로 화재가 너무 많아 자원이 부족하다”며 사실상 ‘통제 불능’인 상태인 외딴 지역보다 주민이 거주하는 곳 위주로 우선순위를 정해서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캐나다의 화재 관련 생태학자인 로버트 그레이는 “한정된 자원을 고려한다면 이처럼 대규모의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일단 인명과 재산 보호 활동부터 벌이는 식으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산불 진화를 지원하기 위해 인접 국가인 미국 외에도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 유럽연합(EU) 등 각국의 소방대원들이 파견됐다. 한국 긴급구호대는 2일(현지시간) 캐나다에 도착했다. 한국 긴급구호대 151명은 마니와키에서 훈련을 한 뒤 오는 4일에 퀘벡주 산불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원인도 결과도 ‘기후변화’…지구촌 기후위기 악순환

캐나다 산불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힌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산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다시 폭염과 가뭄이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캐나다 산림청의 마이클 노튼은 “기후 변화는 산불의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키고 캐나다에서 더 긴 화재 시즌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 등 외신들도 기후위기가 더 뜨겁고 빠르게 타는 새로운 종류의 산불을 일으켰다고 짚었다.

국제 과학계에서는 대형 화재 증가가 곧 탄소배출량 증가로 이어져,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악순환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이번 캐나다 산불에 의해 배출된 탄소 배출량은 이미 캐나다의 연간 기록을 넘어섰다. 5월 초 이후 산불로 거의 6억t의 탄소가 발생했는데, 이는 2021년 국가 전체 탄소 배출량의 88%에 해당한다.

또 산불에서는 다량의 ‘메탄’이 방출되는데, 이렇게 튀어나온 메탄은 지구 대기로 스며들어 전 지구적으로 온난화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대기에 방출된 메탄이 향후 20년 동안 야기할 온난화는 이산화탄소보다 86배나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는 3억4,700만㏊의 산림지를 보유한 세계에서 3번째로 산림이 많은 국가다. 캐나다의 산림 파괴는 전 세계적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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