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입법' 마친 가상자산 제도화… 예치·운용업 규율 이뤄질까?

서진욱 기자 2023. 7. 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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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스1.


가상자산(암호화폐)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에 초점을 맞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이 상당 부분 이뤄지면서 해킹, 먹튀 등 사고를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가상자산 운용사 규율 여부가 불명확하고, 가상자산 발행(ICO, Initial Coin Offering) 등 규율을 위한 보완입법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가상자산 '1단계 입법' 완료… 이용자 피해 최소화 초점
3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30일 열린 본회의에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안을 재석 268명 중 찬성 265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규제, 금융당국 감독 및 제재 권한 부여 등 내용을 담았다.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을 위한 2단계 입법 중 첫 단계에 해당한다. 법 시행은 정부 공포, 하위 법령 제정 등 절차를 거쳐 내년 7월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자산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다양한 법적 의무를 부과한다. △이용자 예치금 분리 예치 또는 신탁 관리 △이용자 가상자산 분리 보관 △이용자 위탁 가상자산의 실질 보유 △일정 비율 이상 가상자산은 콜드월렛에 보관 △임의적 입·출금 차단 금지 △해킹·전산장애 등 사고책임 이행을 위해 보험 또는 공제 가입 의무화 등이다.

/사진=Pixabay.


해킹과 같은 가상자산 탈취 사고 발생 시 이용자 피해 최소화에 입법 주안점을 뒀다는 분석이다. 콜드월렛 보관과 보험 또는 공제 가입을 의무화하고, 금융당국이 감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법적 기반이 마련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불공정거래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근거를 신설한 것 역시 공정한 거래 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4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지닥에서 보관 자산의 23%(약 189억원)가 털리는 등 가상자산 해킹 사고는 반복적으로 발생한 바 있다.

국내 원화거래소들의 협의체인 닥사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을 환영한다. 닥사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과 업계의 특수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며 "향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도 모법의 취지를 살리되 디지털자산 업계의 특성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먹튀 논란' 예치·운용업 규율 모호… "하위 법령 제정 시 논의"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금융위원회. /사진제공=금융위.

다만 최근 먹튀 논란을 일으킨 가상자산 예치·운용 사업자의 규율 여부는 여전히 모호하다. 갑작스런 입·출금 중단 사태를 일으킨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는 모두 가상자산 운용사로 불린다. 법적 지위가 아닌 가상자산 시장에서 통용되는 용어다. 델리오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마쳤지만 하루인베스트는 미신고 업체다. 현행 법상 예치·운용 사업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법적 지위상 차이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서 규정한 가상자산사업자 정의를 그대로 가져왔다. 이용자 자산 보호라는 입법 취지와 달리 가상자산 예치·운용 사업자의 경우 규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원회는 시행령 등 하위 법령 제정 과정에서 예치·운용 사업자 규율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자산사업자 정의는 특금법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적용 대상을 추가할지에 대해 하위 법령 제정 과정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지금도 예치 업체들은 가상자산을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원래 신고를 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가상자산의 완전한 제도권 편입을 위한 2차 입법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ICO, 공시, 거래소 규제 등에 대한 보완입법이 필요한데 국회 일정상 내년 4월 총선이 치러진 이후에나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주요 국가와 국제기구 등 글로벌 논의 동향을 살피면서 보완입법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하위 규정 마련 등 차질 없이 법 시행을 준비하겠다"며 "법 시행 이전이라도 기재부·과기부·법무부·행안부·검찰·경찰·한국은행·금감원 등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시장규율 체계 확립을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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