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섞였다더니 라벨 오류...혼란 가중시킨 식약처

김양혁 기자 2023. 7. 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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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3일 현대약품의 탈모, 고혈압 치료제 '현대미녹시딜정' 용기에 치매 치료제 '타미린서방정'이 포함됐다는 잇따른 보도에 설명자료까지 배포했지만, 현장에서 혼란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식약처가 이날 '미녹시딜정 포장 라벨 오류에 따른 회수 보도'에 대해 설명한다는 보도 설명자료를 낸 것은 현장 혼란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타미린정은 치매 치료제이며, 미녹시딜정은 고혈압이나 탈모에 쓰이는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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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탈모약 라벨 실수…제품 섞이지 않아”
약업계 “라벨 보고 보관, 유통과정서 혼합 가능성”
회수 대상 제품, 총 1만9991병…“식약처 관리소홀”
현대약품 미녹시딜정과 타미린정.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일 현대약품의 탈모, 고혈압 치료제 ‘현대미녹시딜정’ 용기에 치매 치료제 ‘타미린서방정’이 포함됐다는 잇따른 보도에 설명자료까지 배포했지만, 현장에서 혼란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장에서는 약통의 외형만 보고 보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뚜껑을 열어 제제를 확인하지 않는 이상 이미 두 약이 섞였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식약처의 ‘관리 소홀’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한 약국에 비치된 조제약들. /조선비즈DB

식약처가 이날 ‘미녹시딜정 포장 라벨 오류에 따른 회수 보도’에 대해 설명한다는 보도 설명자료를 낸 것은 현장 혼란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자료는 타미린정을 담아야 할 용기에 붙은 라벨이 미녹시딜정이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타미린정은 치매 치료제이며, 미녹시딜정은 고혈압이나 탈모에 쓰이는 약이다.

결론적으로 치매약을 담아야 할 통에 고혈압, 탈모약을 담은 것이다. 현대약품에 따르면 타미린정과 미녹시딜정은 같은 라인에서 순서대로 생산되는데, 타미린정 공정에 있던 약 한 병이 미녹시딜정 공정에 들어가면서 발생했다.

식약처는 두 약이 섞여 포장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두 약이 섞여 포장되지 않았을 뿐 섞여서 유통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 약사는 “약품을 보관할 때 외형(포장용기)을 보고 보관하지 내용물을 모두 살펴보지는 않는다”며 “해당 제형을 처음 보거나, 익숙하지 않은 경우 또는 업무량이 많을 때는 실수(혼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품목은 1개 품목에 불과하지만, 회수 대상 제품은 총 1만9991병에 달한다.

약사뿐만 아니라, 환자도 동요할 수밖에 없다. 고혈압이나 탈모약으로 처방받은 약이 치매약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내 탈모와 고혈압 인구는 총 2300만명 규모로 추산된다.

현대약품이 회수 중인 현대미녹시딜정. 중증고혈압 치료제인 이 약은 발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적응증 외 처방으로 탈모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국내서 탈모로 병원 진료를 받은 인구는 약 23만명이다. 이는 병적인 탈모증 환자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노화, 유전적 요인 등의 탈모 인구는 제외한 숫자다. 병원을 찾지 않은 인구까지 더하면 국내 탈모 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의료계는 추산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20세 이상 인구의 고혈압 유병 환자는 2021년 기준 1374만명이다.

특히 식약처의 이날 재공지는 최초 공지 이후 10일 만에 이뤄졌다. 최초 라벨 부착에 따른 제품 회수 명령은 지난달 23일 관련 사실을 알리는 의약품안전나라를 통해 알려졌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관련 사이트(의약품안전나라)를 통해 일반인들이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언론을 통한 공지는 그로부터 10일 뒤인 이날에서야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책임에서 식약처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식약처가 제약사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제약사 재량권을 늘려주다 보니 발생한 일”이라며 “생산만 독려할 게 아니라 사후 관리를 통해 더 면밀하게 제약사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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