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특별법 만들자는 與野...민주화 이후로 최다 발의·최저 가결률

이호준 기자(lee.hojoon@mk.co.kr) 2023. 7. 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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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서 217건 발의해 4건 가결
현행법 놔두고 사건 터지면 일단 꺼내
백신피해보상도 현행법 내 보상가능
여야 발의만 하고 처리 안해 희망고문

국회의원들의 과잉입법 추세에 따라 21대 국회 들어 발의된 특별법안은 민주화 이후로 가장 많았지만 가결률은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 민주화 이후로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안은 국회 대수를 거듭할수록 계속 늘어나 21대 국회에서 217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가결률은 약 2%로 가장 낮았다. 발의된 특별법안 중 가결된 법안은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9월 대표발의한 농어업고용인력 지원 특별법안 등 4건에 불과했다.

역대 특별법안 발의 수 및 가결 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법안 가결률이 저조한 이유로 현재의 극단적인 여소야대 정국을 꼽았다. 장 교수는 “여소야대라 해도 야당이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그동안 없다시피 했고, 그러다 보니 법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 정쟁으로 인해 법안 통과가 유난히 저조해졌다. 일반법뿐 아니라 특별법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처리된 ‘전세사기 특별법’을 들 수 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월 대표발의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안’은 사안의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전세보증금 지원방안과 피해자로 인정되는 범위 등을 놓고 한 달 가까이 여야 의견 대립을 계속하다 결국 가결이 아닌 ‘대안반영폐기’ 형태로 처리됐다.

현행법 상으로 충분히 규율 가능한데 특별법 제정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 백신접종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률’을 예로 들 수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접종 피해보상에 관한 특별법안’(작년 11월 발의),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코로나19 백신접종 피해보상 특별법안’(작년 9월 발의),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코로나19 백신 피해 보상 특별법안’(작년 1월 발의) 등이 계류 중이다.

홍 의원안에 대해서 “예방접종으로 장애인이 된 사람에게만 장해급여를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 타 예방접종 피해보상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한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전문위원의 반대 의견이 있었다. 강 의원안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는 원칙적으로 수용 불가 입장을 보였다.

해당 특별법안들은 타 예방접종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날 우려가 있고, 특별법안을 제정할 필요 없이 현행법 상으로 충분히 규율 가능하기에 입법의 필요성을 더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최근 발의된 특별법안인 ‘개고기 금지법’에 대해서도 비슷한 문제제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은 식용 목적으로 개의 사육 및 도살을 금지하고 농장의 폐업 및 전업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한 의원은 지난 2020년 12월에도 이와 흡사한 내용의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현행법에 제8조의2와 3을 신설해 개나 고양이를 도살ㆍ처리해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폐업 신고 및 업종전환을 하면 지원금 지급 등을 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한 의원의 이번 특별법안에 대해서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도 충분히 가능한데 굳이 특별법안을 만들어야 하냐’는 회의적인 의견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장 교수는 “특정 사건을 대상으로 한 특별법안도 지원 규모 등에 있어 형평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해 차별과 이에 따른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법들이 너무 많아지면 법 체계 상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기존에 있던 법들에 흡수시키는 게 정상적”이라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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