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만 찾아 마셨는데"....WHO, 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 분류 예정

서애리 2023. 7. 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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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를 중심으로 '제로 슈거' 열풍이 거세지면서 제로 음료 수요가 늘었다. 제로 음료에는 설탕을 대체하는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이 들어 있는데, 최근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물질 2B군(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으로 분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200배 더 단 저칼로리 인공 감미료로 제로 음료, 제로 소주, 막걸리, 무설탕 껌, 과자 등 다수의 식품에 첨가되고 있다.

제로 음료에 함유된 아스파탐이 발암가능물질로 분류될 예정이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설탕보다 200배 단맛…제로 음료, 사탕, 막걸리 등에 사용
아스파탐은 1965년 미국 화학자 제임스 슐래터가 발견한 것으로 일반 설탕보다 200배 더 달콤하다. 1974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가정에서 설탕 대용으로 쓰고 기업의 식품에도 쓸 수 있게 승인했다. 아스파탐은 강렬한 단맛에도 불구하고 칼로리가 거의 없고, 사카린과 같은 쓴 뒷맛이 없어 다이어트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 세계 200여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다. 아스파탐은 고혈압과 비만을 유발하는 설탕 섭취를 줄이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신경계 부작용 때문에 미국에서 한때 논란이 일었다. 1980년대에는 발암물질 의혹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FDA에서는 일반 사람이나 당뇨병 환자에게 적정량을 사용하는 것은 안전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2006년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연구원들이 NIH-AARP 식이 및 건강연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아스파탐과 림프종, 백혈병, 뇌종양 등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사용을 확대, 현재 식품첨가물로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은 섭취 후 아미노산으로 대사되어 1g당 4kcal의 열량을 낸다. 이렇게 열량을 내는 면에 있어서는 설탕과 동일하지만, 설탕보다 200배 더 강한 당도를 가지고 있어 섭취 후 혈당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당뇨병 환자에게 설탕의 좋은 대체재로 사용됐다.

WHO의 식품 첨가물 전문가 위원회에서 승인된 인공감미료는 아스파탐 외에도 사카린, 수클라로스, 네오탐, 스테비아가 있다. 이 중 아스파탐은 미국을 비롯하여 영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호주, 뉴질랜드 등 90여 개국에서도 안전성을 입증하였으며, 섭취하고 있다. 다만 FDA는 아스파탐의 일일 허용 섭취량(ADI)을 체중 1kg당 50mg으로 정한 반면, 유럽 규제 기관은 하루 40mg/kg으로 권장량이 약간 더 낮다.

우리나라 역시 아스파탐을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식약처는 인공감미료 22종에 대해서 승인했는데, 그 중 하나가 아스파탐이다. 아스파탐의 1일 섭취 허용량은 kg당 40mg으로 60kg인 성인의 경우 2,400mg 이하로 먹어야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아스파탐의 1일 섭취 허용량 대비 국민 평균 섭취량은 0.12%로 매우 낮은 편이다.

IARC, 인공감미료 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로 분류 예정
여러 나라에서 아스파탐과 같은 인공감미료가 설탕 대체재로서 안전하다고 간주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암 위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왔다. IARC는 아스파탐을 발암물질 2B군으로 분류하기 전 무려 1,300건의 연구를 검토하였고,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연구 결과로는 플로스 메디슨(Plos Medicine)에 실린 연구 결과이다. 연구팀은 성인 10만 2,865명에 대해 '총 인공감미료 섭취량'과 아세설팜, 아스파탐과 같은 대표적인 인공감미료 섭취 관련 기록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공감미료의 일종인 아스파탐의 섭취가 전반적인 발암위험 증가(13%)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이러한 경향은 유방암과 비만 관련 암 발생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단, 연구팀은 이 연구가 인공감미료 섭취와 발암 위험 증가 사이의 인과 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ARC는 화학물질 등 각종 환경 요소의 인체 암 유발 여부와 정도를 5개군으로 분류·평가한다. 이 분류에서 위험도가 가장 높은 1군은 인체에 발암성이 있는 물질로 담배와 석면, 다이옥신, 벤조피렌, 가공육 등이 있다. 바로 아래 단계인 2A군은 발암 추정 물질로 붉은 고기, 고온의 튀김, 질소 머스터드, 우레탄 등이 해당한다. 아스파탐이 분류될 예정인 발암가능 물질인 2B군은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다. 아스파탐이 분류되는 '발암물질 2B군'에는 알로에베라, 전자파, 피클 등 절임채소 등이 포함되어 있다.

IARC 결정에 신빙성은 글쎄…좀 더 지켜봐야

한편, IARC의 결정은 몇 차례 논란이 있었다.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연구소는 가공육을 담배, 대기오염과 마찬가지로 암을 일으키는 근거가 명확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매일 가공육을 50g씩 먹으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18% 증가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매일 이 같은 양의 가공육을 먹기 쉽지 않고 먹는다 해도 100명 중 18명만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오해의 여지를 남겼다.

이번 아스파탐의 경우는 오해의 소지가 더 크다. 2B군은 '발암물질'이 아닌 '발암 가능 물질'이기 때문에 근거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는 불충분하지만, 동물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있거나 발암물질과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거나, 동물과 인간에서는 증거가 불충분하지만 세포나 화학연구 수준에서 발암물질 근거가 있는 물질일 수 있다. 따라서 IARC의 결정이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IARC가 지난 29일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UN 식량농업기구(FAO)와 WHO 합동 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JECFA)는 아스파탐의 1일 섭취량과 식품 첨가 한도 등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진행한 후 도출된 결과를 개정 내용에 반영할 예정이다.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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