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해직언론인 보상 신청하니…“해직증명서 갖고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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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9시께 광주광역시청 민원실을 방문한 김아무개(63)씨는 5·18민주화운동 피해 보상 신청서를 앞에 두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김씨는 "1980년 5월21일 오전 광주 금남로의 한 식당에서 일하던 중 시위대를 찾으러 온 군인에게 총기 개머리판으로 맞아 얼굴에 흉터가 생겼다"며 "바쁘게 살다가 인제야 보상을 신청하려고 하는데 미리 기재 내용을 알려줬더라면 훨씬 수월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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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9시께 광주광역시청 민원실을 방문한 김아무개(63)씨는 5·18민주화운동 피해 보상 신청서를 앞에 두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5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오른손이 마비됐는데 담당 직원은 수기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했다.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상이자용’ 보상 신청서를 쓰기 시작했지만, 얼마 안 가 또 다른 벽에 부딪쳤다. 이름, 생년월일, 현 주소 등 기본 인적사항과 다친 날짜와 부위 이외에도 1980년 5월 당시 주소, 당시 월수입, 요양으로 인한 수입손실기간, 요양으로 인한 수입손실금액 등을 적어야 했다. 김씨가 오래 고민하자 담당 직원은 뒤늦게 수입손실기간 등은 적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신청서를 간신히 작성했지만 경위서가 또 발목을 잡았다. 다친 경위와 함께 입증방법을 적어야 했다. 당시 집에서 치료했던 그는 병원 기록이 없어 함께 군인에게 맞았다가 5·18유공자로 등록된 동료와 사장 부부 이름을 적었다. 연락처는 알지 못했다. 담당 직원은 나중에 연락처를 알아와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1980년 5월21일 오전 광주 금남로의 한 식당에서 일하던 중 시위대를 찾으러 온 군인에게 총기 개머리판으로 맞아 얼굴에 흉터가 생겼다”며 “바쁘게 살다가 인제야 보상을 신청하려고 하는데 미리 기재 내용을 알려줬더라면 훨씬 수월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부 신청자들은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8차 보상에는 5·18 당시 해직언론인 1100여명도 대상자로 처음 포함됐다. 신청서와 함께 해직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지 못한 해직언론인들은 접수처에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서야 다시 방문하겠다며 광주시청을 나섰다.
8년 만에 5·18민주화운동 피해 보상 신청 접수가 시작됐지만 홍보와 안내 등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전 광주시 누리집 첫 화면에서는 5초마다 바뀌는 카드뉴스를 제외하곤 8차 보상 신청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광주시가 별도로 운영하는 5·18 안내 누리집의 보상 항목은 2021년 5월 국회를 통과한 8차 보상법(5·18보상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나왔다. 신청서 접수장소는 광주시청 민원실이 유일하지만 시청사 내부에 이를 알리는 안내판도 설치되지 않았다. 광주시는 이날 오전 10시에야 누리집 첫 화면 주요 소식에 보상 신청에 관한 공지를 띄웠다.
광주시뿐 아니라 5·18 관련 단체·기관도 8차 보상에 대한 안내는 미흡했다. 5·18기념재단과 5·18유족회, 부상자회, 공로자회, 5·18기록관 등의 누리집에는 8차보상 신청 접수를 시작한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광주시는 5·18보상법 시행령이 지난달 29일에야 공포돼 홍보기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시행령에는 신청서 등이 첨부돼 있는데 행정안전부가 ‘그 밖의 관련자’ 신청서에 해직 등 새로운 보상 사유를 뒤늦게 추가하며 국무회의 통과에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광주시 5·18민주과 관계자는 “행안부에서 8차 보상 신청 접수 인력과 예산에 대한 지침을 아직 내리지 않아 방송 홍보 등이 늦어지고 있다”며 “누리집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조만간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5·18 피해 보상에는 1990년 1차부터 2015년 7차까지 9227명이 신청해 5807명이 인정받았다. 기존 보상 대상은 사망자, 행방불명자, 부상자로 한정했지만 8차 보상에서는 해직, 유죄판결, 공소기각, 학사 징계 등도 대상에 포함했다. 8차 보상 신청 기한은 12월31일까지이며 사실조사, 심사 등을 거쳐 보상금 지급이 결정된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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