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채권형 랩·신탁' 위법 증권사 추가 검사

백지현 2023. 7. 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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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계좌 연계거래·증권사 고유자산 활용 관행 포착
"자기책임 원칙 훼손.. 위법 개연성 높은 곳 추가 점검"

금융감독당국이 증권사들의 채권형 랩, 신탁 영업관행에 대해 재차 엄정 조치를 예고했다. 전수조사를 실시한지 두 달여만에 다시 한번 불건전 관행에 대해 근절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되어야 할 자기책임원칙의 근간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위법 가능성이 있는 증권사에 대해 추가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그래픽=비즈워치

3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사의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업무실태에 대한 집중점검을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올해 검사계획 중 하나로 랩·신탁 관련 불건전 영업관행 등에 대한 테마검사를 선정, 이에 따라 5월 초부터 KB증권과 하나증권을 시작으로 전수조사에 나섰다. ☞관련기사 2023년 5월 24일자 금융당국, '채권 돌려막기' 뿌리 뽑는다…전수조사 확대

채권형 랩‧신탁은 통상 계약기간이 3~6개월로 법인 등이 단기 여유자금을 굴리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한다. 따라서 투자금을 원활히 환매하기 위해 단기 유동성상품을 자산으로 편입해야 한다. 그러나 법인 자금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부 증권사는 거래량이 적은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기업어음(CP)를 편입해 상품을 판매했다. 물론 랩, 신탁 편입자산은 증권사와 투자자간 협의사항이므로 만기불일치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만기가 도달하거나 투자자가 환매를 요청했을 때 자금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통상 증권사는 고객과의 일대일 계약을 통해 투자목적과 자금수요에 맞게 자산을 선정‧교체해야한다. 만기에 도달하면 증권사는 편입자산을 시장에 매각해 반환 자금을 마련한다. 만일 자산매각이 곤란한 경우 투자자와의 협의를 통해 만기를 연장하거나, 계약을 해지하고 손실을 당한 금액을 환매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는 특별한 운용전략 없이 유동성이 낮고 만기가 긴 자산을 지속 보유하다가, 계약만기 시점이 되면 운용 중인 다른 계좌에 장부가로 매각하는 방법으로 환매자금을 마련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포착된 관행은 두 가지다. 우선 고객 계좌를 활용해 연계·교체거래를 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A증권사는 자사에 신탁한 a법인 계좌의 만기가 도래하면, 약정된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여기에 편입된 CP를 B증권사에 고가에 매도한다. 그 대신 A증권사에 예치된 b고객 계좌로 B증권사로부터 만기가 유사한 다른 CP를 고가 매수한다. 그리고 b고객 계좌의 만기가 도래하면 또 다른 고객의 계좌와 교차거래해 목표수익률을 맞춘다.

/자료=금융감독원

또 다른 방법은 증권사의 고유자산을 활용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고객계좌간 연계·교차거래만으로 환매에 대응하기 어려워지면서 나타났다. A증권사는 B증권사에 자사 명의로 랩, 신탁을 가입해 고객 랩‧신탁에 편입된 CP 등을 고가로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환매대금을 마련했다. 혹은 자사 펀드에 가입한 다음 해당 펀드로 CP를 매입해주기도 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증권사가 이같은 방식으로 손실을 메꿔준 계좌의 주인은 대부분 대기업, 연기금, 공제회 등이다.

이에 금감원은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증권사는 법인 고객을 위해 실적배당상품인랩‧신탁을 사실상 확정금리형 상품처럼 운영했고, 이에 법인 역시 시장 상황에 따른 투자손실마저 감수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관행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만기불일치 전략으로 상품을 운용할 경우 적극적인 자산거래를 통해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리스크 관리가 소홀했다고 봤다. 또 자본시장법 상 규제 회피 목적의 교체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이상 거래가격 통제 등을 하지 않는 등 준법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위법적인 관행을 견제하는 동시에 시장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점검을 완료한 증권사 외에도 위법 개연성이 높은 증권사를 추가 선정해 업무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고객자산 운용 관련 리스크 관리와 준법감시 체계가 미흡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내부통제기능을 제고해 올바른 업무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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