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감시 '대기업 계열사'만 3000개" 공정위, 얼마나 줄일까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2023.5.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연내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개선 방안을 내놓는다. 다양한 대안이 거론되지만 핵심은 결국 현재 82개에 달하는 대기업집단의 '숫자'를 줄이는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법 전문가들도 이런 방향에 전반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3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9월 종료되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 개선 연구용역의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경우 공시대상기업집단, 이 가운데 10조원 이상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통상적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포함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이라고 부른다.

공정위는 적지 않은 중견기업이 대기업집단 규제를 적용받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자산총액 5조원' 기준이 유지되면서 중견기업이 대거 대기업집단에 편입돼 관련 규제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다. 한정된 공정위 인력으로 매년 증가하는 대기업집단을 감시·제재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도 개선 추진의 또 다른 배경이다.

이번 제도 개편은 대기업집단 숫자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예컨대 공시대상기업집단 5조원 기준을 7조원으로 상향할 경우 대기업집단은 82개(계열사 총 3076개)에서 61개(계열사 총 2544개)로 줄어든다.

공정위는 또 내년부터 'GDP(국내총생산)의 0.5% 이상'으로 변경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기준과의 정합성도 고려할 계획이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2023.04.25.

경쟁법 전문가들도 이런 제도 개편 방향에 대체로 공감한다. 다만 세부 대안을 두고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공정위에서 사무처장을 지낸 이동규 김앤장 고문은 우리나라 경제 규모 확대를 고려할 때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을 현재보다 약 2배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경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정기준이 모두 약 10조원으로 비슷해지기 때문에 기준을 일원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처장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통합·일원화하는 방안 또는 차제에 상호출자·채무보증·순환출자 제한 등 사전·직접 규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처장은 최근 '경쟁저널'에 게재한 글에서 대기업집단 규제와 관련 "'사전적인 직접 규제의 최소화, 사후 규제 및 시장 감시 기능의 제고'라는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지정기준을 GDP에 연동하는 것이 맞지만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사익편취 규제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GDP와 큰 상관성은 없다고 보기 때문에 자산총액 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 경우 주기적으로 자산총액 기준을 올려야 하는 문제가 있어 상당한 사회적 합의 비용이 든다"며 "법리나 제도의 취지에 비춰서는 다소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제도 효율성, 수범자 예측 가능성을 고려하면 GDP 연동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