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 임금체불된 외국인근로자에도 소득활동 보장 추진

[레이더P]
이민사회 정착 위해 제도 개선 나선 野
체불임금·퇴직금 소송하는 외국인근로자에
체류기간 연장 시 취업활동 보장하는 법 개정
법무부 “국내 체류 위한 악용 가능성 있어”

더불어민주당이 외국인 근로자가 임금체불로 인해 체류기간을 연장할 경우, 소득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임금체불 소송 기간이 길어지며 취업비자가 완료돼 떼인 돈을 못 받고 출국하거나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3일 민주당 고영인 의원실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국인근로자가 체불임금이나 퇴직금에 관한 소송 등으로 체류기간을 연장할 때는 직업안정기관이 근로자의 신청을 받아 1년 단위로 연장하도록 함으로써 외국인근로자의 취업활동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에서 외국인근로자가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사증(비자)은 일반고용허가를 통한 비전문취업(E9)과 특례고용허가를 통한 방문취업(H2)이다. 이 두 사증의 체류기간은 3년으로 취업활동 기간과 동일하다.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사업장은 정부로부터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를 받은 사용자의 사업장이다.

그러나 외국인근로자가 취업활동 중 임금체불로 인한 민사소송을 진행하여 국내에 추가적으로 체류해야 할 경우, 그에게는 기타(G1) 사증이 발급된다. 기타 사증은 원칙적으로는 국내에서 취업활동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임금체불 소송을 진행하다 취업비자가 만료된 외국인근로자는 체불임금을 포기하고 출국하거나 한국에서 불법 체류자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문제가 있었다.

민주당은 이같은 불합리한 경우를 개선하기 위해 임금체불된 외국인근로자가 체류기간 동안 취업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법안이 국내 체류 방편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는 “기타 체류자격(G1)이 가지는 임시적 보충적 성질과 국내 체류방편으로 체류자격 악용 가능성 및 현행 법령 체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임금체불로 진정 또는 민사소송 중에 있는 외국인에 대한 취업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노동법 전문 손익찬 변호사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무고죄 판단 기준을 확립하거나 민사소송을 할 경우 법률구조공단이 대리하면 신속히 사건 진행을 시키게끔 해서 악용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체류는 인정해주지만 소득활동만 안 된다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사법체계를 이용하지 말라거나 이용할 것이면 지금까지 모은 돈을 다 소진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근로자가 임금체불 위험에 취약하다는 것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온 지적이다.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임금체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외국인노동자가 체불당한 임금은 1183억원 가량으로 전체 임금체불 금액인 1조 3천억원의 8.8%가량이다.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건수는 2017년 2만 3,885건에서 2021년 2만 9,376건으로 증가하였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건수는 감소하였다.

민주당은 이외에도 외국인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입법에 나설 계획이다. 고영인 의원은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의 목적규정에 외국인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포함하도록 개정하는 법률안을 준비 중이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의 고충민원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실무지원단을 두고 관련된 사항을 국무총리 산하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은 ‘초저출생·인구위기대책위원회’를 통해 이민사회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 분과장을 맡은 고영인 의원은 지난 28일 ‘인구위기, 외국인 노동자 정책의 문제점과 상생 방안’의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해 간병·가사돌봄서비스의 외국인력 도입, 계절노동자 등 이주패러다임 전환과 정치권의 역할 등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