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준비하는 노숙인…탈시설 돕는 대구 ‘체험홈’ 가보니[현장에서]
사회복지시설인 대구 달성군 ‘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희망원’의 한 건물 2층. 지난달 26일 찾아간 이 곳에는 9.9㎡(약 3평) 남짓한 방이 5개 있고, 각 방에는 TV·침대·서랍장·장롱 등이 놓여 있었다. 방 밖을 나서자 소파 등이 놓인 거실과 세탁기·냉장고 등이 들어선 주방이 나왔다. 방마다 화장실도 딸려 있었다.
정경숙씨(55)는 들뜬 표정으로 자신의 옷가지를 서랍장에 차곡차곡 넣고 있었다. 2013년 노숙인 재활시설인 희망마을에 온 뒤로 줄곧 단체생활을 해왔지만, 그는 다음달부터 이 곳에서 혼자 지낼 수 있게 됐다. 시설 부지 안에 마련된 ‘체험홈’에 입주할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독립생활’은 10년 만에 처음인 셈이다.
정씨는 “다른 노숙인들과 함께 지낼 때는 사생활도 없고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이곳에서 살 수 있다니 흥분되고 기대된다”면서 “여기(체험홈)에서 지내는 동안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체험홈은 복지시설에서 장기간 머무는 노숙인들이 시설을 벗어나 자립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이들을 위한 개별 숙소를 지은 것은 전국에서 대구시가 처음이다.
대구시는 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의 비어있던 사무실 2층 공간을 원룸 형태로 고쳐 여성용·남성용으로 나눠 총 14개 방을 조성했다. 이곳은 노숙인들이 집단 생활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혼자 지낼 수 있게 돕는 공간이다. 6개월 단위로 운영되며 연간 최대 28명이 이용할 수 있다.
우선 오는 11일에는 노숙인 5명(여3·남2)이 입주할 예정이다. 대구시는 현재 장애인 재활시설에 머무는 350여명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여 입주자를 선정했다. 자립 의지와 건강 상태 등을 우선 감안했다. 대구시는 입주자 수를 14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입주자들은 앞으로 전문 강사에게서 정리수납과 금전관리법, 식생활 관리 등을 배울 수 있다. 휴대폰 이용 방법과 대중교통 이용법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지식도 익히게 된다. 관공서와 지역사회기관을 찾아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살피고 자립에 성공한 노숙인 가정을 찾아 노하우도 전수받을 예정이다. 마을일자리사업 등을 통해 약간의 생활비도 벌 수 있다.
영화·전시회·공연 관람 등도 예정돼 있으며 입주자가 스스로 계획해서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직원 2명이 상주하면서 노숙인들을 돌보고 의료지원팀과 생활복지팀 등이 야간 응급 상황도 챙길 예정이다. 다만 입주자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할 방침이다.
자립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입소자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대구시는 판단한다. 재활시설에는 10~20년씩 머무는 노숙인이 대부분이다. 오랜 세월 집단생활에 익숙하다보니 두려움 등을 이유로 사회로 나가길 주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탈시설 노숙인에게 각각 자립정착금 1000만원을 주고 일자리 등을 구할 수 있게 도울 계획이다. 대구에서는 2019년부터 최근 3년간 노숙인 49명이 지역사회에 정착했다. 정의관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은 “체험홈을 통해 많은 노숙인들이 자립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이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재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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