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에게 말했다가 ‘아우팅’…성소수자 64% 직장동료에게 ‘비공개’

채윤태 2023. 7. 3. 15:3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ㄱ씨는 직장 상사인 팀장에게만 자신이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는 점을 밝혔다.

직장에서 커밍아웃을 하지 못했다는 성소수자 직장인 ㄹ씨는 "과거 미국계 회사에 다닐 때는 친한 동료들한테는 거의 커밍아웃을 했다. 사규에 성소수자 차별금지가 명시돼 있어서 참 안심이 됐다"며 "한국 회사는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퀴어노동권포럼 설문조사
1일 오후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ㄱ씨는 직장 상사인 팀장에게만 자신이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는 점을 밝혔다. 팀장에게만 어렵게 한 말이었는데, 팀장은 여러 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ㄱ씨는 운전병 출신이잖아”라고 말해버렸다. 동료들에게 ㄱ씨가 트랜스젠더 여성이라고 ‘아우팅’(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 정체성이 드러나게 되는 것)해버린 것이다. ㄱ씨는 “얘기를 하더라도 내가 직접 해야지, 그런 식으로 밝혀지는 것은 정말 원치 않았다”며 힘들었던 경험을 전했다.

성소수자 10명 중 6명은 직장에서 동료들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ㄱ씨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언제나 아우팅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 등 6개 인권단체 네트워크인 퀴어노동권포럼이 지난 5월1~22일 직장생활 중인 성소수자 4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4.1%가 ‘일터에서 누구에게도 커밍아웃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최근 밝혔다. ‘친한 동료 일부(1~4명)에게만 밝혔다’는 답변은 25.3%였다.

응답자들은 직장에서 커밍아웃을 하지 않아 답답한 순간으로 ‘성소수자임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할 때’(66.8%), ‘연애나 결혼 질문을 받을 때’(64.3%) 등을 꼽았다. 응답자 ㄴ씨는 “회사에서 밥을 먹거나 연휴·휴가와 관련된 일상들을 나눌 때 애인과 함께 한 일들을 매번 친구(와 함께 했다)라고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매우 피로하고 소모적이다”라고 말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 등 6개 인권단체 네트워크인 퀴어노동권포럼이 지난 5월1∼22일 진행한 ‘이런 직장이라면 커밍아웃한다’ 설문조사 결과 요약. 서울노동권익센터 제공

이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하기 위해선 ‘소수자 친화적 직장분위기’(48.4%)가 필요하다고 가장 많이 꼽았다. 직장에서 커밍아웃을 했다는 ㄷ씨는 “직장 광고용 전광판에 ‘차별금지법’이 쓰여 있었다. 그런 분위기와 감수성, 정치적 표현이 거리낌 없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편하게 저를 드러내고 커밍아웃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동성 배우자와의 결혼식, 신혼여행 휴가 보장’(33.2%),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가 명시된 사내 규정’(30.1%) 등과 같이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제도의 필요성도 꼽았다. 직장에서 커밍아웃을 하지 못했다는 성소수자 직장인 ㄹ씨는 “과거 미국계 회사에 다닐 때는 친한 동료들한테는 거의 커밍아웃을 했다. 사규에 성소수자 차별금지가 명시돼 있어서 참 안심이 됐다”며 “한국 회사는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