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해준다는 침수방지 물막이판 설치 “집값 떨어진다”며 막는 집주인들

김민소 기자 2023. 7. 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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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사는 이 모(27) 씨는 지난 1일 자비 8만원을 들여 창문 틈을 메웠다.

본격적인 장마철 시작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에서 물막이판(차수판)을 무료로 설치해 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집주인 반대로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씨는 "지자체에서 차수판 무료로 설치해 주는데 집주인이 반대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며 "세 들어 사는 입장이라 마음대로 신청할 수도 없어 사비로 창문만이라도 보수했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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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수판 설치하면 ‘침수된 집’ 낙인찍혀”
집주인 반대에 세입자들은 ‘전전긍긍’
“수해 입을 시 민사상 배상 청구해야”

서울 관악구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사는 이 모(27) 씨는 지난 1일 자비 8만원을 들여 창문 틈을 메웠다. 본격적인 장마철 시작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에서 물막이판(차수판)을 무료로 설치해 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집주인 반대로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집주인이 거절한 이유는 ‘침수되는 집’이라고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것. 이 씨는 “지자체에서 차수판 무료로 설치해 주는데 집주인이 반대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며 “세 들어 사는 입장이라 마음대로 신청할 수도 없어 사비로 창문만이라도 보수했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올여름 ‘슈퍼 엘니뇨’로 평년보다 많은 강수량이 예상되는 가운데 여전히 반지하에 남아있는 세입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차수판이라도 설치해 빗물을 막아야 하지만, 집주인의 반대로 신청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집주인들은 ‘침수되는 집’이라는 낙인이 찍혀 집값이 떨어진다, 설치가 번거롭다는 등의 이유로 설치를 미루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차수판 설치 대상인 반지하 주택 3만3697곳 중 설치된 곳은 1만2012가구로, 설치 비율은 36%에 그친다. 전국 반지하 가구 세 곳 중 두 곳꼴로 차수판이 설치되지 않은 셈이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 주택에 보급된 물막이판의 모습./김민소 기자

무방비 상태에 놓인 반지하 주민들은 모래주머니를 사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반지하 주택에 사는 50대 박 모 씨는 지난달 인터넷을 통해 플러드백(물막이 자루)을 구매했다. 고흡수성 수지가 든 플러드백은 얇고 가벼운 형태를 유지하다가 물에 닿으면 모래주머니처럼 부풀어 오른다.

박 씨는 “지난해 여기(상도동)에 물난리가 나서 사람도 죽었는데 건물 입구에 물막이판 같은 게 아직도 설치가 안 됐다”며 “올해는 더 한 장마가 온다는 소식에 큰일이 날 것 같아 (플러드백을) 구매하게 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박 씨 같은 세입자들이 늘자, 올해 침수 대비 용품 판매량도 급격하게 늘었다. 3일 G마켓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6월 28일까지 차수판, 모래주머니 등 수해 방지용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40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인이 차수판 같은 안전관리 시설물 설치를 거부해 수해를 입은 경우 민사상 배상 청구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안전한 시설에 살도록 방재 설비를 마련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이를 수행하지 않아 수해 피해를 볼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고, 모래주머니 같은 임시방편물에 대해서도 비용 청구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부회장은 이 같은 의무 불이행 임대인에 대해 지자체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난안전관리기본법상 지자체장들은 위험한 시설을 방치하는 건물주나 임대인들에게 과태료를 물리거나 설치 명령을 할 수 있다”며 “응급조치나 강제조치에 대한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서라도 임차인이나 영세민들을 구제할 방안을 사전에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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