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원샷 치료제, 598만원에…희귀병 아이 5명 살렸다

이창섭 기자 2023. 7. 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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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졸겐스마' 1차 성과 평과 공개
환자 6명 중 5명 성공… 1명은 사망으로 실패
5년간 6개월마다 효능 평가… "고가약 성과 관리 대상 늘릴 것"

1회 투여 비용이 20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약제 '졸겐스마'의 건강보험 적용 이후 첫 치료 성과가 공개됐다. 6명 환자 중에서 5명이 투약 후 의미 있는 증상 개선을 보였다. 1명은 사망하면서 투약 실패로 기록됐다. 실패한 사례에는 제약사인 한국노바티스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약값을 환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내 최초로 도입된 초고가 유전자 치료제가 급여 인정 이후 실제 사용에서 효과를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졸겐스마는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SMA)이라는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약이다. 2021년 국내 최초로 들어온 유전자 치료제다. 평생 단 한 번 주사 맞는 '원샷' 치료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 약값은 19억8172만원이다. 지난해 8월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기준에 맞게 투약하면 환자는 최대 598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최근 6명 환자를 대상으로한 졸겐스마의 투약 후 성과 평가를 공개했다. 생후 24개월 이하의 소아 6명이 졸겐스마를 맞았다. 남아 2명, 여아 4명이다. 투약 시점은 모두 지난해 8월 혹은 9월이다. 졸겐스마의 급여 적용이 되자마자 투약을 시작한 것이다.

원래 '생후 9개월 미만'이어야 졸겐스마 건강보험 급여 적용 대상이다. 이들 6명은 기존 SMA 치료제인 '스핀라자'를 투약받다가 졸겐스마로 교체한 환자들이다. 스핀라자를 맞다가 졸겐스마로 교체하는 경우에는 '생후 24개월 이하' 환자까지 건강보험 적용을 인정해준다.

심평원은 6명 중에서 5명이 투약 후 성과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병원에서 제출한 임상 평가와 진료기록부 등을 확인한 결과 환자 증상이 의미 있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SMA 환자의 증상을 평가할 때는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영아 신경근장애 검사(CHOP-INTEND) 점수와 해머스미스 기능성 운동확대지수(HFMSE)를 확인한다.

반면 나머지 1명은 SMA로 호흡에 문제가 있던 환자로 투약 후 급성호흡부전 의심 증상으로 사망했다. 심평원은 "실패 기준 중 '영구적 호흡기 사용 또는 사망'에 해당해 약제 투여 실패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실패한 사례에는 약을 개발한 한국노바티스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에 약값을 다시 줘야 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지난해 8월 고시된 졸겐스마의 요양 급여 세부 인정 기준 및 방법에서 정의한 약제 투여 실패에 해당하는 경우 환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총 12명 환자가 졸겐스마를 투약받았다. 투약 이후 6개월마다 환자의 치료 효과를 평가한다. 환자들은 앞으로 5년간 추적·관찰 대상이 된다. 다음 2차 평가는 투약 후 12개월 시점이 되는 오는 8월 실시한다.

이번 결과는 졸겐스마 급여 인정 이후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처음 이뤄지는 평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졸겐스마는 국내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이자 20억원이라는 비싼 약값 때문에 건강보험 인정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까다로운 급여 인증 기준이 적용돼 건강보험 혜택에서 제외된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건강보험료 지급 총액을 사전에 설정해 이를 넘어가는 금액은 제약사가 부담한다는 조건까지 달았다. 가령, 공단은 급여 첫해의 졸겐스마 투약 환자 수를 14명으로 가정하고, 소요 비용을 277억원으로 설정했다. 이를 넘어가는 금액은 한국노바티스가 부담하는 식이다.

졸겐스마의 성과 평가는 '고가의약품 성과 관리 규정'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초고가 의약품의 급여 적용으로 환자 접근성은 높이면서도 약의 효능을 모니터링해 평가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건강보험 재정으로 약값을 보장해준 초고가 의약품이 실제로 환자 치료에서 효과가 있는지 지켜보는 제도가 고가의약품 성과 관리다.

고가의약품 성과 관리 규정은 올해 1월 만들어졌다. △가격이 높은데 비용·효과성이 불확실한 경우 △1인당 소요되는 연간 약값이 비싼 경우 △건강보험 청구액이 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 경우 △1회 투여 이후 장기 평가가 필요한 경우 등에 해당하는 약이 성과 관리 대상이 된다.

현재 고가의약품 성과 관리 규정을 적용받는 약은 졸겐스마와 항암 세포치료제 '킴리아' 두 개뿐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졸겐스마와 킴리아 외에도 향후 등재되는 고가 약제에 대해서도 성과 관리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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