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 암남동 지역주택조합장, 정보공개 요청에 ‘묵묵부답’

조합원 측 “피해는 오로지 조합원의 몫”

[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부산광역시 서구 암남동에 입주를 앞둔 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장이 조합원의 정보공개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대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아이뉴스24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지난달 1일 지역주택조합장 A씨에게 조합원들에게 조합원 명부, 주택조합사업의 시행에 관한 공문서, 상가 분양, 토지 확보 관련 자료 등에 관한 공개 판결을 내렸다.

주택법 관련 조항에 의하면 조합원이 주택조합사업의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를 열람·복사를 요청할 경우 주택조합의 임원은 15일 이내에 요청에 따라야 한다. 이에 대해 조합장은 “이미 소명자료를 제출해 조합원 측에게 제공했으므로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조합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왼쪽부터) 부산광역시 서구 암남동 입주를 앞둔 아파트 공사현장, 정보공개 요청 관련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판결문. [사진=정예진 기자]

재판부는 조합장이 제공한 자료는 전체 조합원별로 작성된 분담금 납부내역, 추가 분담금 산출내역으로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판결 이후 조합장은 조합원들에 자료가 담긴 파일을 건넸지만 파일 속 문서는 A4 2장짜리가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장부 열람 복사 가처분 결정문에 의거해 조합이 원하는 관련 문서를 제공해야 하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조합원들은 지난달 21일과 29일 조합장을 추가로 경찰 고발한 상태다. 현재까지 고발인 조사까지 진행됐다.

조합원들은 피해를 호소하며 설계변경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18년 7월 건축 허가를 받고, 2020년 1월 착공에 들어갔다. 공사가 시작된 뒤 설계 변경을 거친 이 단지는 기존 293세대에서 295세대로 늘었는데, 이를 조합원에게 알리지 않고 총회를 통과시켰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조감도 상 상가시설은 5채 미만이지만, 현재 이마저도 늘면서 공동주택의 자체 면적은 좁아졌고 조합원들이 내야 하는 추가 분담금이 발생했다고 한다. 총 추가 분담금은 220억원으로 추가 분담금을 고지 받은 조합원들의 일부인 100여명은 납부를 했지만, 절반 이상의 조합원들은 추가 분담금의 상세 내역을 확인 후 납부하자고 하고 있어 이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입주가 3개월 이상 늦어지자 조합원들은 조합장과 임원들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 조합원은 아이뉴스24에 “추가 분담금 또한 조합원만 책임지게 돼있고 일을 이렇게 만든 임원진 등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묵과하기에는 입주 후 추가 분담금, 아파트 미시공, 오시공, 하자 문제, 해산 청산을 원활히 진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조합원들은 임원진들이 조합원을 위해서 일했다면 이러한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장의 피해는 오로지 조합원의 몫으로 남게 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