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강사가 수능 관계자 만났다’…교육부, 2건 경찰에 수사 의뢰

‘교재 집필에 수능 출제진 참여 홍보’ 등 10건, 공정위 조사 요청
警 “수사 의뢰나 고소·고발 외에도 자체 범죄첩보 수집 시작”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문 대형 입시학원 유명 강사가 수능 관계자를 만났다’는 제보와 ‘사교육 업체 모의고사 문제 개발에 수능 출제진이 참여했다’는 제보 등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위원의 유착 의혹 2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교육부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장상윤 차관 주재로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시·도 교육청, 한국인터넷감시재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열고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 사안에 대해 이같이 대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달 22일부터 홈페이지에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2주간 집중 신고를 받고 있다. 전날(2일) 오후 6시까지 총 261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한 건의 신고에 여러 내용이 담긴 경우를 반영해 유형별로는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 의심 46건 ▲끼워팔기식 교재 등 구매 강요 28건 ▲교습비 등 초과 징수 29건 ▲허위·과장광고 37건 ▲기타 149건이다.

교육부는 접수된 신고 내용과 관련해 학원을 점검하거나 현장 조사를 해 신빙성이 있는지 1차 확인하고,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을 추려서 경찰로 넘긴다. 이번에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2건은 교육부 자체 점검 작업에서 의혹이 구체화된 사건이다. 경찰은 교육부가 수사를 의뢰한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 의심 신고에 대해 수능 출제위원이 학원 강사를 통해 출제 내용을 실제로 유출했는지, 이 과정에서 금품 수수가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수능 출제위원은 대부분 교수 또는 교사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출제위원이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수능 출제 경험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는지 등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교재 집필에 수능 출제위원이 참여했다고 광고한 출판사와 명확한 근거 없이 수강생들의 대학 입학 실적을 과장해 광고하는 대형 입시학원 등 허위·과장광고가 의심되는 10건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왼쪽)이 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서울·경기 교육청과 함께 대형 입시 전문학원 19곳에 합동 현장점검에 나섰다. 점검에서는 강의실에 더 많은 학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교습비 기준을 학원 내에 부적정하게 게시하고, 교재를 끼워 판 정황을 확인했다. 교육부는 학원법에 따라 벌점 등 제재조치와 시정명령, 행정지도를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협의회에서 “사교육 카르텔의 실체가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수사 의뢰한 신고 내용에 대해 “제보가 사실이라면 가장 공정해야 할 수능 평가의 공정성을 일부 사교육업체가 나서서 훼손시킨 매우 심각한 부정행위”라며 “제보가 거짓이라면 학생·학부모를 교묘히 이용하여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취한 악질적인 대국민 기만 행위”라고 했다.

이어 장 차관은 “카르텔 신고 외에도 정해진 학원교습비를 초과해서 받는다든지,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부조리 신고가 다수 접수되었다”라며 “정부는 학생·학부모님의 불안감을 자극해서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부 학원들의 부조리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의뢰나 공정위 조사 요청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장 차관은 브리핑에서 “조만간 추가적인 수사 의뢰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윤승영 경찰청 수사국장은 “경찰청은 (사교육 이권 카르텔 외에도) 수사 의뢰나 고소·고발 이외에도 자체적으로 범죄 첩보 수집활동을 시작했다”며 “여러 가지를 종합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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