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평형'보다 빠르게 반등하는 소형 아파트…"수요는 가격따라"
매매가격 상승세, 중대형 앞서
분양단지 "소형도 욕실 두 개"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주택 수요층에서 1인, 2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내집마련에 드는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청약 시장뿐 아니라 기존 주택의 매매가격 상승 폭도 중대형 아파트보다 가파르다. 인기 추세가 이어지면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를 넘어서 대중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동향조사를 보면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동남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작은 규모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통상 아파트 면적은 전용 59㎡ 이하를 소형, 60~85㎡를 중형, 85㎡ 초과를 대형으로 본다. 강남4구의 전용 40㎡ 이하 아파트 가격은 올해 3월 오르며 면적별 기준 가장 빨리 반등했고, 지난 5월까지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전용 40㎡ 초과~60㎡ 이하 아파트는 4월 반등에 성공했으며, 이어 지난 5월 60㎡를 초과한 면적의 아파트들이 일제히 상승 전환했다.
실제로 동남권 단지의 거래 사례를 보면 소형 평수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전용 49㎡는 지난달 13일 16억 원에 팔렸다. 이는 2월 매매가격 14억5000만 원보다 1억5000만 원(10.3%) 오른 것이다. 같은 단지의 전용 84㎡의 경우 2월 22억3000만 원에서 5월 22억7000만 원(1.7%), 6월 23억3500만 원(4.7%) 등으로 올랐으나 소형 평수보다는 상승 폭이 좁았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역시 전용 84㎡A·D가 14억5000만 원에서 지난달 17일 15억5000만 원으로 1억 원(6.8%) 오르는 동안 전용 59㎡는 1월 10억2000만 원 수준에서 지난달 24일 12억3000만 원으로 2억 원(20.5%) 이상 올랐다.
소형 아파트는 청약시장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평균 가구원 수가 줄어든데다, 아파트 설계구조가 발전해 침실 2개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소형 평수도 방과 화장실 수가 늘었다. 또 최근 분양가가 가파르게 올라 대형보다 가격 경쟁력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 4월 동대문구 휘경동에 공급된 '휘경자이디센시아'는 평균 51.71대 1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됐는데, 전용 59㎡A가 87.86대 1로 평균 경쟁률을 크게 웃돌았다. 이외에도 같은 면적의 B타입(4193건), C타입(561건), D타입(3764건) 등 총 8581건이 몰렸다.
이어 5월에 분양한 은평구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의 경우 59㎡T타입 1가구 모집에 494명이, 59㎡타입 20가구 모집에 3993명이 몰렸다. 84㎡ 6개 타입의 경쟁률은 26대 1~84대 1 수준으로 소형보다 낮았다.
일반공급 물량이 소형 평수로만 공급되는 단지도 나온다. 오는 10일 청약 통장을 받는 동대문구 '청량리롯데캐슬하이루체'는 일반공급 물량이 51·59㎡로만 구성됐다. 지난달 청약한 서대문구 'DMC가재울아이파크' 아파트도 59㎡ 단일평형으로 들어섰다.
아파트 매매와 청약 시장에서 소형 아파트가 주목받는 것은 1인, 2인가구의 증가와 주택가격 부담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59㎡타입은 자녀가 없는 2인가구와 1자녀가 있는 최대 3인가구를 수요로 본다"며 "이를 고려해 10평대라도 투룸에 화장실 두개 이상으로 구성하는 단지가 많아 과거 84㎡타입과 주거기능을 수행할 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분양업계 관계자는 "1인가구를 타겟팅해 39㎡타입까지 구성된 단지들도 있다"며 "수도권이라는 좁은 지역에 최대한 많은 인구를 수용해야하는 향후 전망을 보면 소형 아파트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전국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는 2021년 2.3명으로 집계됐다. 평균 가구원수는 1970년 5.2명, 2000년 3.1명에서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2000년 15.5%에 불과했던 1인가구 비중은 33.4%로 늘어 가장 많았다. 이어 2인가구 28.3%, 3인가구 19.4%, 4인가구 14.7% 등의 순으로 많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형 아파트 수요 증가는 무엇보다 가격 부담에 따른 요인이 가장 크다"며 "동일한 단지라면 평수와 무관하게 학군과 교통, 커뮤니티 시설 등을 누릴 수 있는데 대형과 소형의 가격 차이는 수억 원대로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1인 가구가 늘어도 여력이 충분하다면 큰 집을 마다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결국 주택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집 구매 비용을 혼자 감당해야 하거나, 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 등이 소형 아파트의 수요를 이끌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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