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시급한데 총파업?"…정부-노조 갈등 격화(종합)
"최근 노동계 동향은 우리 국민과 기업의 절박한 위기의식과 괴리됐다"(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장관)
2주간 총파업에 나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두고 정부와 경제단체가 노동계를 직격했다. '정치 파업'이 수출 부진, 무역 적자 등 경기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란 진단에서다.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와 경제단체와 긴급 간담회 자리에서 이 장관은 "하반기 수출 반등을 견인하려면 노사협력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면서 절박한 현실과 괴리된 채 총파업에 나선 민노총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법상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파업에 동참한다면 명백한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경제계도 노조측의 부당한 요구, 노사 법치주의 위반에 대해 단호히 거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날 간담회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 대한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6개 경제단체 부회장단이 참석해 총파업에 대한 산업계 입장과 노사현안에 대한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6개 경제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경제와 산업에 부담을 가중하는 명분없는 불법 정치파업은 중단돼야 한다"며 "정부는 민주노총의 불법파업에 엄정하게 대처해 산업현장의 법치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에서 내세운 '정권퇴진, 노동개혁 저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등과 관련해서도 "이는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없는 정치적 요구로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정당성을 상실한 불법 정치파업"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경제계와 함께 우리 산업에 대한 총파업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달 26일 총파업과 관련 "법 테두리를 넘어 다른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도 정당화되거나 인정될 수 없다"며 "정부는 불법 행위에 대해 노사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총파업이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만큼 불안한 노·정 관계는 더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적잖다. 정부와 노동계는 최저임금, 노조법 개정안 등 조동 현안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와 노동계는 최근에도 농성 중 구속된 김준영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후임 인선을 두고 충돌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의 격차도 크기 때문에 노·사·정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입장차도 크다. 노란봉투법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야당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 하지만 여권은 파업 조장법이란 입장이다.
이 장관도 경제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경영활동의 심대한 위축이 우려되므로 국회에서 신중한 검토를 부탁드린다"(노란봉투법) "경제적 고통 속에 임금지급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호소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최저임금) 등 노동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주간의 총파업 투쟁을 선언했다. 기자회견은 서울과 인천, 경기, 충북, 대전, 세종, 전북, 대구, 경북 등 전국 16개 시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이날부터 15일까지 진행되는 총파업엔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 120만명 중 40만~5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의 기조·목표로 △윤석열 정권 퇴진의 대중적 분위기 확산 △최저임금 인상,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입법, 일본 핵 오염수 해양 투기 중단 등 현안 관철 등을 들었다.
모두 발언에 나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의 임금·일자리·안전을 지키기 위해, 폭등한 물가와 금리에 신음하는 민중들을 살리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총파업에 나선다"고 말했다.
총파업 첫날인 3일 택배기사, 가전제품 수리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 300여명이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 집결했다. 오는 6일 민주일반연맹과 서비스연맹이 서울 숭례문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연다. 8일에는 공무원노조의 총궐기 대회가 예정돼 있다. 12일에는 민주노총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총파업에 나선다. 금속노조는 주야간 각 2시간 이상, 많게는 8시간까지 전 조합원이 총파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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