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방중' 3주 만에 옐런도 中방문…'디리스킹' 공방 예고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중국 수도 베이징을 방문한다. 옐런 장관의 중국 방문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방문 이후 불과 3주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소통 채널 복원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옐런 장관의 중국 방문을 공식 발표하며 "이번 방문은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이후 글로벌 거시경제 및 금융 상황을 포함한 다양한 이슈에 대해 미·중 간 소통을 강화하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옐런 장관은 베이징에서 중국 관리들과 세계 2대 경제대국인 양국이 책임감 있게 양국 관계를 관리하고, 관심 분야에 대해 직접 소통하며, 글로벌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의 구체적인 방중 일정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재무부는 옐런 장관이 지난 4월 연설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를 이끄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며 관련 내용이 이번 방중의 주요 의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당시 옐런 장관은 "우리는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닌 표적 행동을 통해 동맹국과 함께 국가안보 이익을 확보하고, 인권을 보호하고자 한다. 또 중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고,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위한 경제적 기회를 확대하는 건강한 (미·중) 경제 관계를 추구한다"며 "아울러 기후변화와 부채 문제와 같은 긴급한 글로벌 과제에 대해서도 협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재무부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옐런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양국 갈등을 풀) 중요한 돌파구 마련보다는 시진핑 당국의 새 경제팀과 장기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양국 경제 관계의 문제를 더 정기적으로 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옐런 장관의 평소 미·중 관계에 대한 발언과 그에 앞서 얼마 전 중국을 방문한 블링컨 장관이 밝힌 '디커플링' 탈피 기조가 이번에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옐런 장관은 지난달 13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이 미국의 국익과 밀접하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디커플링은 (미국에)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가 경쟁력이 있는 중국 물품을 구매하는 게 미국에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때마침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위험제거)'로 옮겨가는 만큼 '핀셋형' 제재, 예를 들어 중국 군사력 증강에 도움이 될만한 특정 기술을 보호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 통제 대응으로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재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이다. 특히 중국의 반간첩법(방첩법)이 미국인과 기업들에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외신들은 옐런 장관은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첫 고위급 경제 회담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차기 인민은행 총재로 거론되는 판궁성 부총재와 만날지도 관심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일 판궁성 부총재를 공산당 위원회 서기로 임명하며 최고지도부 교체에 나섰다. 궈수칭 부총재와 이강 총재는 각각 당 위원회 서기와 부서기직에서 물러났다. 당 서기에 신규 임명되며 차기 인민은행 총재 유력 후보로 떠오른 판 부총재는 미국, 영국 금융시장을 경험한 해외파다.
최근 발표된 인민은행 분기별 통화 정책 회의 요약본을 보면 판궁성 부총재는 "우리는 기대를 안정시키고 환율 상승과 하락을 확실히 방지하기 위한 종합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과 판궁성 부총재가 만난다면 미국과 중국의 정반대 금리 정책과 위안 환율 약세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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