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확 깎고, 보험 협상"…휴미라 복제약 경쟁 뜨겁다
셀트리온, 5% 할인에 PBM과 협상 집중
"PBM의 의약품 선택 여부가 관건될 것"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연간 24조원 상당 미국의 '휴미라'(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 진입을 위한 제약회사 간 치열한 경쟁이 본격화됐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하드리마' '유플라이마'를 각 출시했다.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등의 치료에 쓰이는 휴미라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약 27조원(212억 달러)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이 중 미국 매출이 23조원으로 약 88%에 달한다.
올해 1월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와 가장 먼저 합의를 끝낸 미국 암젠이 바이오시밀러를 첫 출시한 후, 몇 달 만인 이달 초 여러 제품이 한꺼번에 쏟아진 만큼 경쟁은 치열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하드리마의 도매가격(Wholesale Acquisition Cost·이하 WAC)을 대폭 할인했다. 월 1038달러로, 오리지널 의약품 6922달러 대비 85% 할인된 가격이다. 또 저농도와 고농도 두 가지 제형을 출시하며 옵션을 넓혔다.
미국 코헤러스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심리'의 가격을 오리지널 대비 85% 낮게 공급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고농도 제형의 유플라이마 WAC 가격을 오리지널 보다 5% 할인된 6576.5달러(2회 투여분)로 책정했다. 저농도 대비 투여량을 반으로 줄인 고농도 제품이다.
글로벌 제약사 산도즈도 고농도 제형의 '하이리모즈'를 오리지널 대비 5% 저렴하게 정했다. 독일 베링게인겔하임의 '실테조'는 오리지널 대비 5~7% 할인된 가격이다.
이들은 WAC 가격의 할인이 적더라도 의약품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처방약급여관리업체(Pharmacy Benefit Managers·이하 PBM)에 합법적인 리베이트를 충분히 제공해 시장 장악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미국 제약시장 특성상 보험사의 의약품 처방집(formulary) 및 선호의약품(preferred drug) 등재가 점유율 확대의 핵심인 만큼 이와 연계된 다수 PBM과 협상 중이다"며 "미국 인구의 40%를 담당하는 보험 시장에 등재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PBM은 의약품 결제 중간자 역할을 수행하는 민간기업으로, 보험사를 대신해 제약사와 약가, 리베이트 등을 협상한다. 사보험이 발달한 미국의 복잡한 유통구조 속에서 의약품 유통과 대금 결제를 관리하며 주도권을 갖는 PBM의 의약품 선택 여부가 경쟁의 키워드로 조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다른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했다"며 "하나는 PBM에 최대한 마진을 제공하기 위해 WAC 가격을 다소 높게 설정하는 전략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WAC 가격까지 대폭 줄여 초반의 마진을 최소화하면서 많은 PBM에 선택되거나 기타 보험 카테고리에 포함시키려는 전략이다"고 말했다.
이어 "WAC 가격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PBM에 선택되는 것이다"며 "PBM은 WAC 보단 자사에 얼마나 마진을 제공할지가 중요해서 PBM이 어떤 회사를 선정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정유경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PBM의 의약품 선택 여부가 품목의 사활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과점 중인 톱3 PBM으로부터 몇 개 품목이 언제 채택돼 보험 커버리지를 받으며 유통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주요 PBM 중 하나인 옥텀RX가 베링거인겔하임, 산도즈 제품을 사보험의 선호의약품에 추가 등재할 것을 발표하면서 주요 PBM 3사 중 1곳의 사보험 시장 기회가 사라진 것으로 인식되나, 이는 이른 판단이다"며 "대형 3사는 휴미라 시밀러 등재와 관련해 기존의 조심스러운 입장에서 선회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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