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약값으로 '극한 가려움' 달랜다"…청소년도 아토피 급여권
평생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을 유발하는 아토피피부염 관련, 청소년 환자들에게 올해부터 총 3개의 치료제가 급여 적용을 받아 약값 본인 부담약이 10분의 1로 내려간다. 만성질환인 아토피피부염 특성상 사실상 평생 치료제를 처방받아야 해 약값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청소년 환자들에게 순식간에 급여 의약품 선택지가 3개 생긴 것. 국내 제약사가 해외에 기술수출한 아토피 신약도 곧 개발 막바지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저 참을 수 밖에 없던 아토피피부염을 보다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치료제로 관리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3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해 화이자의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시빈코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결정을 내렸다.
급여 적용 대상에는 3년 이상 관련 증상이 지속된 만 18세 이상 성인은 물론 만 12~17세 청소년도 포함됐다. 이들이 1차 치료제로 스테로이드제인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등을 4주 이상 투여했음에도 증상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고, 이후 전신 면역억제제를 3개월 이상 투여했어도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시빈코 급여 처방이 오는 7월부터 가능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급여 사각이었던 청소년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게 올해만 총 3개의 급여 적용 치료 옵션이 생기게 됐다. 18세 이상 성인 대상 급여문턱을 가장 먼저 넘었던 치료제는 2020년 급여 적용을 받은 사노피의 듀피젠트였다. 이후 청소년 대상 급여진입이 시도됐지만 무산된 끝에 올해 4월부터 만 12~17세 청소년 급여 적용이 시작됐다. 특히 듀피젠트는 6~11세 소아 대상으로도 급여 적용을 받게 됐다. 지난해 성인 대상 급여 적용을 받은 애브비의 린버크도 올해 4월부터 급여 범위가 청소년으로 확대됐다.
3개 치료제 급여화로 청소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할 약값은 기존의 10분의 1로 떨어지게 됐다. 급여화와 함께 건강보험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제도가 적용돼서다. 희귀·중증난치질환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을 낮춰주는 제도로 중증 아토피성 피부염 청소년 환자의 경우 본인부담률이 입원 20%, 외래 30~60%에서 입원과 외래 모두 10%로 낮아진다.
이 같은 산정특례제도 적용시 연간 약값이 650만원이던 시빈코는 다음달 부터 연간 약값이 65만원까지 내려간다. 린버크의 연간 약값도 기존 약 720만원에서 72만원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추정된다. 시빈코와 린버크보다 보험 약값이 높은 듀피젠트의 경우 환자에게 체감될 본인부담 약값 인하폭도 클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중증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소아·청소년 환자가 듀피젠트를 투여한 뒤 내는 비용은 연간 1325만~1734만원에서 133만~174만원으로 낮아진다.
청소년기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겐 단비다. 아토피피부염 치료 측면에서도 청소년기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는게 의료계 분석이다. 30% 육박한 아토피 환자가 청소년기에 급속한 증상 악화를 경험하며 발병 연령이 12세 이상인 경우엔 중증 아토피 발전 위험도 함께 늘어난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정서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청소년 아토피피부염 환자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이처럼 급여 치료제 선택지가 늘어나는 아토피피부염 질환에 추후 국내 제약사 기술력이 반영된 치료제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JW중외제약이 2018년 피부질환 분야 기업 레오파마에 총 5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LP0190'(당시 신약후보물질명 JW1601)의 임상 2상 결과가 곧 발표될 예정이다. 2상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개발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에 진입하게 된다.
특히 'LP0190'는 지금까지 나온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들과는 다른 기전(작용방식)의 신약이어서 제약업계와 보건의료계의 주목을 받는다. 듀피젠트가 인터루킨-4·13 수용체 표적하고, 린버크와 시빈코가 인산화효소(JAK)를 억제하는 것과 달리 'LP0190'는 히스타민 'H4 수용체'를 표적으로 작용한다. H4는 염증세포의 이동과 활성을 조절하고 가려움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수용체다. 지금까지 나온 치료제가 대체로 염증을 줄이는 방식이어서 가려움 해소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H4를 조절하면 이론상 염증과 가려움 둘 다 억제할 수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 2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LP0190는 임상 3상 진입을 노리는 H4 표적 기전의 첫 아토피 신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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