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법인 고객 손실 보전 위해 채권 돌려막기…금감원 “불건전 영업관행 근절할 것”

박채영 기자 2023. 7. 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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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제공

#. A증권사는 고객의 랩어카운트(랩)·특정금전신탁(신탁) 계좌 계약 만기가 도래하자 목표했던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고객 계좌에 편입됐던 기업어음(CP)을 B 증권사에 고가 매도했다. 그 대가로 A 증권사는 또 다른 고객의 계좌로 B증권사가 보유한 CP를 고가에 매수해줬다. B증권사도 고객의 랩·신탁 계좌 만기가 도래하자 같은 방식의 ‘연계·교체거래’로 목표수익률을 맞췄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말 레고랜드 사태로 고객들의 환매 요구가 급증하자 증권사들은 고객계좌 간 연계·교체거래 방식만으로는 수익률을 보장해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일부 증권사들은 회사 고유 자산을 활용해 고객의 랩·신탁에 편입된 CP 등을 고가에 매입해 환매대금을 마련했다. 대상 고객은 대기업 또는 기관투자자(연기금, 공제회 등)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제공

증권사들이 법인 고객들의 투자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채권 돌려막기’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채권형 랩·특정금전신탁(신탁) 업무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3일 증권사들의 랩·신탁 업무실태에 대해 집중 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제시한 수익률 달성하기 위해 계약 기간이 통상 3~6개월인 채권형 랩·신탁에 만기가 장기(1∼3년)이거나 유동성이 낮은 CP 등을 편입한 상품을 설계해 판매했다.

운용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들은 특별한 전략 없이 유동성이 낮고 만기가 긴 자산을 보유하다가 계약만기 시점이 도래하면 운용 중인 타계좌에 장부가로 매각(교체거래)하는 수법으로 환매 자금을 마련했다. 고객 계좌 간 연계·교체거래로 다른 고객에게 손실을 이전시키거나, 증권사의 고유자금으로 고객자산을 고가 매입해줌으로써 회사의 경영상 손실을 초래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증권사의 이러한 운용 방법은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에 어긋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확인된 위법 사항에 대해 엄정 조치해 더 이상 잘못된 관행이 지속되지 않도록 시장 질서를 바로 잡겠다”며 “고객자산 운용 관련 리스크 관리 및 준법 감시 체계가 미흡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내부통제기능을 제고해 올바른 업무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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