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상철 입법조사처장 “입법영향 과학적 검증하면 타다금지법 같은 과잉입법 안나와”
비용추계외 규제효과 등 과학 분석
의원 규제법안 발의때 첨부 의무화
간호법·노조법 등 극단 법안도 중립평가
정쟁만 난무하는 비생산적 입법 방지
박상철 신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3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정부입법과 달리 사전 영향분석제도가 없는 의원입법에 대한 ‘입법영향분석’ 제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성균관대 법학과, 동 대학원 법학 석사 및 박사를 거친 헌법학자로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4월 취임했다.
그는 입법영향분석 제도화의 필요성에 대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 ‘타다’를 예를 들었다. 박 처장은 “이를 테면 대형 건물을 짓고 공사를 하려면 정부의 환경영향 평가, 교통영향 평가를 거쳐야 인허가가 되지 않냐”며 “그런 평가 과정 유무에 따라 건물이 무너지고 길거리가 난장판이 되냐 마냐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입법을 강행시킨 ‘타다금지법’도 이런 사회과학적 숙의과정을 통한 입법영향 평가가 제대로 됐다면 지금과 같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란 게 그의 생가이다.
법만 잘 만들어도 사회적 비용을 몇백조원, 최대 1000조원 이상의 누수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처장은 “법은 엄밀히 말하면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이다.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거쳐서 법률이 탄생할 때 사회과학적으로 검증된 평가서가 하나 붙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처장은 타다금지법 같은 과잉입법 사례가 아니더라도 선진국들 입법절차만 봐도 제도 도입의 당위성이 차고 넘친다고 강조했다. 실제 영국의 경우 정부안과 의원안 모두 입법영향분석을 실시하고 있고 미국은 법률안 제출 시 비용편익분석을 첨부하고 양원합의 전 입법영향 등에 관한 분석보고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하필 지금일까. 박처장은 “총선이 1년도 안남았고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의 박광온 원내 대표 두분 다 21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가 아니냐”며 “과거 국회선진화법도 여야가 극단적 대립을 하던 18대 국회 말에 김진표 원내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가 전격 합의를 통해 이뤄냈다”고 말했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관련법 개정안이 여당에선 윤재옥 원내대표 안을 비롯해 이종배·정경희·홍석준 의원안이 제출돼 있고 야당에서도 김태년·신정훈 의원안이 제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양당 모두 법안을 제출했고 간호법·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 등 각종 법안을 두고 극단의 대립을 이어가는 지금 상황이야 말로 입법추진의 적기라는 것이다. 박 처장은 “법안을 내놓은 발의 의원들과 조만간 라운드테이블을 마련해 보려고 한다. 함께 모여서 더 좋은 법을 만들기 위해 어찌해야 하냐 고민하는 모습들이 국민들에게는 의미있는 정치 변화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예를 들어 간호법 같은 경우 이 법을 만들었을 시 의사, 간호조무사, 간호사에게 어떤 영향이 있고 국민들한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입법 내용 분석만 제대로 해놔도 논란이 한층 적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법 개정은 여야의 합의가 필요해 입법조사처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입법조사처는 입법의 기반을 위한 시스템 마련에 이미 착수했다.
유럽의회조사처(EPRS)를 참고해 △국회도서관, 상임위원회 등 입법지원기구와 협력 체제 강화 △입법 지원 서비스 전달체계 혁신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김진표 국회의장에게도 보고해 동의를 받은 ‘과학입법분석지원센터’(가칭)의 경우 입법단계에서 입법영향에 대한 사전·사후·규제영향평가 등을 담당하는 국회의 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입법 뿐 아니라 법이 실행된 이후에 수년간 해당 법의 실행 효과를 분석하게 되면 법개정을 비롯해 나중에 문제가 있을 때도 효율적인 대안 제시도 가능해진다”며 “과학입법분석 지원센터에 데이터를 축적·보관하는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입법영향 분석은 신속한 법안 처리를 원하는 정치권과 충돌 가능성도 있다. 박처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입법영향 분석서의 독립성과 중립성이며 이를 철저히 엄수할 것”이라며 “다만, 전세사기대책 등 신속처리를 요하는 법안의 경우, 예외적 규정을 두면 입법절차 지연을 최소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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