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 연출 그레타 거윅 “우리 엄마도 싫어했던 바비, 전형성을 넘어 성장하는 이야기”
백인, 금발, 9등신 비율과 날렵한 몸선을 가진 인형 바비는 백인 우월주의와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후 흑인 바비를 시작으로 다양한 인종의 바비 인형은 물론 통통한 바비, 키 작은 바비, 휠체어를 탄 바비 등 다양한 몸을 가진 바비들도 등장했다.
이달 중순 개봉될 예정인 영화 <바비>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던 바비가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며 현실 세계로 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바비>의 주역인 세 여성이 내한해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영화를 제작하고 주연 바비를 연기한 배우 마고 로비, 현실 세계에서 바비를 만나는 인간 글로리아 역의 아메리카 페레라, 연출과 각본을 맡은 그레타 거윅 감독이다. 바비의 남자친구 켄 역의 라이언 고슬링은 불참했다.
거윅 감독은 세상에 나타난 지 64년 된 인형 바비를 둘러싼 수많은 맥락을 담아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바비가 굉장히 다양해졌습니다. 모든 여성들이 바비이자 모든 바비가 여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바비의 정체성이 모든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도록 분배됐어요. 로비가 맡은 역할은 ‘바비’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바비입니다. 사람들은 그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 어머니는 바비가 만드는 ‘전형성’ 때문에 바비를 좋아하지 않으셨습니다. <바비>는 바비가 스스로 그 전형성을 넘어서 성장하고, 여러 가지 복잡한 뉘앙스를 가지게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로비가 먼저 거윅 감독에게 바비 인형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로비는 “그레타의 작품을 오랫동안 지켜봐왔다. 그는 저의 친구이자 매력적이고 영리하고 친절하며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라면서 “감독으로서도 비전이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왔다. 영화와 영화사, 제작 기술에 대해서도 박학다식하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거윅 감독은 “‘드디어 로비와 작업을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는 배우인 동시 제작자로 굉장히 뛰어난 작품을 이끌어왔다”며 “바비가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이고, 사람들은 바비를 향해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다. 어떨 때는 바비가 시대를 앞섰지만, 어떨 때는 뒤처졌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했다. 두려움이 있으면서 동시에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처음 제작을 의뢰받았을 때의 감정을 떠올렸다.
텔레비전 시리즈 <어글리 베티>에서 주인공 베티 역을 맡았던 아메리카 페레라는 현실 세계 여성 글로리아를 연기했다. 페레라는 “여성들 없이 바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녀들은 바비를 가지고 놀면서 여성이 된다”며 “우리 영화는 바비가 좋거나 나쁘다고 정의하지 않는다. 다만 바비가 우리의 어떤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우리 자신을 자각하고 있는 그대로 축복하는 법”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가장 나은 버전이고 있는 그대로 살아도 충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거윅 감독은 <프란시스 하> <매기스 플랜> 등에 배우로 출연하고 <레이드 버드>를 통해 연출자로 데뷔했다. 두 번째 장편인 <작은 아씨들>(2020)로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거윅 감독은 “운이 좋았기 때문에 규모가 작든 크든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를 다루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면서 “저는 여성에 관심이 있다. 여성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호기심을 갖는다. 이 주제를 계속 탐구하며 좋은 작품들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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